친윤 “尹 망하라고 韓 세운거 아냐”
당내 파벌 싸움 양상 우려 목소리도
尹, 홍준표 만나 TK 신공항 등 논의
洪, 韓대표 겨냥 “엉뚱한 짓 하지 말라”
대통령실은 10·21 회동 이후 이어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연이은 공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친윤(친윤석열)계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과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가 벌인 파벌 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한 대표의 발언 등을 겨냥해 “지금은 엄중한 정치 상황에서 무도한 야당에 맞서 당정이 하나된 힘으로 싸워야지 내부 분열이 조장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날 특별감찰관 임명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별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김건희 여사 문제도 내달 15일까지 해소하라고 대통령실을 재차 압박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마치 여당이 대통령을 상대로 국정감사 하는 것처럼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 진영에 블랙홀이 생겼다.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진정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다면 내부적으로 조용히 전달하면 되는데 이걸 다 공개적으로 하면 오히려 해결이 어렵다”며 “결국 자기 정치한다는 소리밖에 더 나오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한 대표가 회동에 관한 전날 대통령실의 발표가 ‘왜곡’, ‘각색’됐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것이 왜곡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보수를 분열시키기 위한 것인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문제와 관련한 한 대표 주장에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에 대해 “국회에서 어떤 식이든지 간에 정해 주면 임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원내 협상 당사자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한 대표의 주장에 반대해 당장 결론이 내려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대구·경북 신공항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한 대표를 향한 쓴소리의 의미를 “엉뚱한 짓 하지 말라고 한 수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지지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 대표 세운 거 아니다”라며 “여당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8인에 대한 인적 쇄신론에 대해 “김 여사가 약한 고리라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나쁜 수법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도 MBC라디오에서 친한계 세 규합을 겨냥해 “1년 만에 구태 정치를 이루셨다는 게 대단하다”며 “참 무식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보수의 분열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강 의원은 친한계를 향해 “남 얘기하듯이 평론하듯이 얘기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며 “옛날 친이·친박들보다 더 무서운 싸움을 지금 벌이겠다는 건데 당원, 지지자들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보수가 공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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