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기들의 건강을 일본인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지난 8일 중국 분유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차이나페이허가 일본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발표한 후 중국 SNS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차이나페이허 제품을 공격하는 글이 SNS 게재 당일 조회수 1000만회를 넘기도 했다. 일본과 관계된 것이라면 실제 어떤 내용인가는 상관하지 않고 반감부터 드러내는 중국인들의 반일 정서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 유아용 분유 시장의 21.5%(지난해 1월 기준)를 차지하는 차이나페이허는 지난 8일 일본의 한 회사와 기술협력 합의서를 교환했다. 이 사실은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처음엔 큰 관심을 끌지 않던 것이 1주일 정도가 지난 16일부터 “일본의 원료를 사용하는 건가” 등의 반응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두 회사의 협력은 원료와는 상관없는 기술협력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유제품 수입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란 것도 개의치 않았다. 상대가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상의 비판이 확산되자 차이나페이허는 지난 18일 “‘일본의 원재료를 수입한다’는 허위정보가 확산돼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악질적인 투고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아사히는 “일본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중국 기업에게 이런 반일적 인터넷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관련된 중국 기업이 공격을 받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중국 생수 1위 업체인 눙푸산취안의 제품 용기 문자 디자인이 일본 신사 상징물인 ‘도리’와 비슷하다는 등의 이유로 “일본에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비난이 인터넷 상에서 퍼졌다. 해당 제품을 폐기하는 동영상까지 확산되면서 일부 편의점에서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일본 거리를 모티프로 한 랴오닝성 다롄의 상점가가 “일본문화의 침입”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돼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기업활동과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선전시에서 발생한 일본인 초등생 살해사건도 반일정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게 일본의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살해동기 등 구체적 사건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아사히는 “중국은 반체제적인 글을 삭제하는 등 인터넷을 당국이 엄격히 감시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반일적 게시물이 확산되는 것은 일본 공격은 애국심을 어필하는 좋은 행위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긴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