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시인의 새로운 시집 ‘기쁨의 총회’가 도서출판 예술가에서 출간됐다. 시집 ‘아버지 형이상학’(2017) 이후 7년 만에 나온 박 시인의 10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1부 기쁨에 대하여, 2부 집을 위하여, 3부 만원이 인생인 인생, 4부 자본 사거리, 5부 월현리, 6부 소설 읽었던 일, 7부 80~20%로 구성됐으며 ‘죽은 병사를 위한 노래’ 외 95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박 시인은 7년 동안 강원 횡성의 월현리로 거처를 옮겼다. 농사는 못 짓고 반성을 할 줄 아는 듯 하루 종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인생, 과학, 우주, 죽음에 전념한다. 전업시인은 과분하고, 전업생각자로 살고 있다. 시인은 새 시집을 낸 소감을 묻자 “부끄럽다. ‘기쁨의 총회’는 그간의 기록이다. 세상에 대한, 자아 인류 우주 투쟁 등에 대한 기록이다. 고맙다, 건강에 대해 고맙고, 이만큼 물러난 삶을 준 여건에 고맙고, 존재 모두들에 고맙다. 이 시집을 그 존재 모두에게 바친다”고 전한다.
죽은 자로 태어나서 죽은 자로 죽는다/ 전염시키지 마라./ 혼자 숨어 지내라.// 너에겐 천형天刑이었다. 너는 전멸했다/ 숨어 지내다 죽는 것이 나았다. 소리 나오게 하지 마라(‘죽은 병사를 위한 노래’에서
전염병, 전쟁, 기후재난, 경기침체, 사회불안정 등으로 우울이 전혀 새롭지 않은 시대, 박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그는 “파국이 임박했다. 2014년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글로벌 평화가 가면을 벗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상극의 시대에, 베스트팔렌 국가평화주의의 파괴, 만국의 만국에 대한 상극의 시대에 돌입했다. 중동, 우크라이나 전선, 동아시아 전선 등이 파국을 재촉한다. 지구 온난화? 무슨 뜻인가. 그전에 ‘파국’”이라며 “시집 ‘기쁨의 총회’ 말미의 시 ‘지리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에서 시인을 110원의 값어치라고 했다. 시인들의 말이 값이 없어진 시대다. 시인들이 침묵한다. 불길하다”고 어두운 현 시대상에 대해 걱정한다.
박 시인은 연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카셀대학에서 수학(박사후과정, 1996-1998)했고, 추계예술대 교수를 지냈다. 젊은시인상, 박인환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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