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 해주세요"…인파 몰린 골목길엔 경찰이 안전 관리
"우측통행 해주세요."
핼러윈 데이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25일 밤이 깊어지자 이태원 거리는 경찰이 안전관리에 나설 정도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인파 감지 시스템 안내 전광판에는 '보행 원활'이라는 안내가 나오고 있긴 했지만, 클럽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는 오후 10시가 되자 저녁 시간에는 빈 테이블로 가득했던 식당과 술집도 손님들로 가득 찼다. 디제이 파티가 열린 한 술집에는 한때 30여명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저녁까지만 해도 '불금'을 즐기러 온 사람보다 인파 관리를 위해 붉은색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작업자가 많았던 골목길도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조용했던 거리는 이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큰 음악 소리로 가득 찼다.
강남역 거리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밤이 깊어져 가면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주점과 포차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핼러윈 테마에 맞춰 유령, 거미줄, 호방 장식 등으로 꾸민 가게도 더러 보였다.
제법 핼러윈 분위기도 풍기기 시작했다.
한복을 입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붉은색 호위무사 복장을 하고 이태원 거리를 찾은 이효준(39)씨는 "매년 (핼러윈 행사에) 온다"며 "참사가 나기 전보다는 줄었지만, 작년보단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뿔 모양 머리띠를 하고 강남역에 온 직장인 안모(29)씨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이어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왔다가 인근 잡화점에서 머리띠를 팔길래 분위기를 내려고 샀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주점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호객하는 종업원들은 가게 출입구에 서서 손짓하거나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거리로 난입하지는 않았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 2년째 일했다는 유모(26)씨는 "평소 금요일에는 입간판 단속을 잘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단속을 자주 한다"며 "가게 앞에 세워뒀던 메뉴판도 다들 치웠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릴 경우 영업을 위해 거리마다 세워둔 입간판이 보행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김성재(29)씨는 "핼러윈이 다가오고 있지만 코스튬이나 소품도 안 쓰고 아무래도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골목마다 조끼를 착용한 채 경광봉을 든 공무원과 경찰관이 서 있었고, 인파가 몰릴 경우 우측통행을 유도하기 위한 붉은색 바리케이드도 거리 곳곳에 설치됐다.
강남역에는 11번 출구와 12번 출구 사이에 유관기관 합동 현장 상황실이 마련됐다. 상황실을 중심으로 응급 의료소, 진료 버스, 앰뷸런스도 배치됐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핼러윈 기간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주말 홍대·이태원·강남·건대·명동 등에 경찰관 3천12명을 배치하고 오는 31일까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15개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관리를 실시한다.
시도 오는 27일까지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점 관리지역 8곳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하고, 다음 달 3일까지 '핼러윈 중점 안전관리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소에도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무신경한 것보다는 과도하게 안전을 챙기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손민정(25)씨는 "친구랑 쇼핑하러 (강남역에) 왔다가 이제 공부하러 들어가고 있다"며 "핼러윈을 원래도 크게 챙기진 않았지만 2년 전 사고 이후로는 안전이 걱정돼서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는 배용준(38)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안전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년 전 참사가 발생했던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만난 이모(29)씨는 "인력만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안전을 신경 써서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골목길에는 참사 희생자인 러시아 국적의 20대 고려인 율리아나 박씨를 추모하는 사진과 국화 한송이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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