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외교부, 베를린 北 대사 대리 초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독일 정부는 북한군 파병설이 사실로 확인된 뒤 서방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자국 주재 북한 외교관을 불러 항의한 바 있다.
25일(현지시간) 인도를 방문 중인 숄츠 총리는 수행한 기자들과의 대화 도중 북한군 파병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북한군 파병)은 상황을 더욱 고조시키는 일인 만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백악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한국 정부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북한 그리고 러시아를 향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처음에는 “헛소문”이라며 부인으로 일관했던 러시아·북한은 태도를 바꿔 ‘국제사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뻔뻔한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푸틴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6월 그의 방북 당시 두 나라 간에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이 체결된 점을 언급하며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약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경우 외무성이 나섰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최근 국제 보도계(언론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對)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하였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파병을 사실상 인정하며 ‘국제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북한군은 이르면 27일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는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신뢰할 수 있는 확고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미국에 이은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개전 후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6·25전쟁 당시 한국을 돕기 위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비록 속도가 좀 늦어 정전협정 체결 후 한국에 도착했지만 1954∼1959년 부산 일대에서 30만명가량의 환자를 진료했다. 우리 정부는 2018년 독일을 스웨덴,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노르웨이와 같은 6·25전쟁 의료지원국으로 공식 지정했다.
독일은 최근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으로도 가입했다. 한반도에 6·25전쟁과 같은 사변이 다시 벌어지는 경우 유엔사 회원국은 신속히 병력과 물자를 한국에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진다. 최근 북한군 파병이 드러나자 독일 외교부는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 대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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