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폐 유전자의 성별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가 유희정 교수팀(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위스콘신 대학교 도나 월링 교수)은 자폐성 장애인이 속한 673가구(225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40여개의 여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와 403개의 남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
자폐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인 신경 발달장애다. 남녀 유병비율은 4대1 정도로 남성에서 더 잘 나타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자폐의 성차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북미·유럽인 위주로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분석 결과, 여성 자폐 유전자는 주로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DNA와 히스톤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과 히스톤에 영향을 주는 반면 남성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 소통을 주관하는 시냅스(신경세포 간 연접 부위)에 영향을 미쳤다. 또 자폐의 주요 유전적 원인인 신규 변이(부모 세대에는 없으나 생식세포에서 발생해 자녀에게 전달되는 희귀한 변이)와 양적 유전점수(수천 개의 유전적 변이가 특정 질환으로 발현될 확률을 계산한 점수)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여성 자폐인이 오히려 남성 자폐인보다 신규 단백질 절단 변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와 형제자매 등 자폐인 가족의 유전적 조성을 조사한 결과, 자폐인의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양적 유전점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전체적인 자폐 발생률이나 중증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는데, 이는 여성이 자폐의 유전적 요소에 대한 유전적 민감도가 더 낮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의 북미, 유럽 지역의 연구 결과와 동일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폐 유전자가 남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자폐의 원인을 밝히고 개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 의료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용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북미·유럽에만 집중되던 자폐 유전자 연구에서 한국인 자폐 환자 및 가족을 대상만으로 연구해 유전적 원인을 밝혀냈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Genome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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