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콜롬비아 칼리에서 개막했다. 이번 총회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 GBF) 채택 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로,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각국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COP16은 11월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022년에 채택된 KM GBF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야심 찬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2050년까지 자연이 인간에 제공하는 혜택을 가치화하고, 보존과 복구·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해 그 가치를 증대·유지하기로 하는 등 모두 4개의 ‘2050 목표’를 담고 있다. 또 지구 환경의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자연의 30%를 복원하는 ‘30x30 목표’를 포함한 23개의 실천 목표를 담고 있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강력한 이정표로 기대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CBD) 발효 후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KM GBF는 각국이 국가생물다양성전략계획(NBSAP)에 프레임워크 내용을 반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지구적으로 이행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지금까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보존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 문제에 주목하는 주된 이유는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발간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감소 및 생태계 붕괴를 꼽았다. WEF는 이를 기상이변과 급격한 지구 시스템 변화에 이어 세번째로 심각한 위협 요소라고 지목하면서 자연 자본의 파괴가 환경뿐 아니라 인간과 경제활동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오늘날의 경제활동은 사실상 자연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란 식량, 목재, 의약품과 같은 재화를 제공하는 공급 서비스와 기후 조절과 홍수 예방 등을 조절하는 서비스, 경관과 생태관광을 제공하는 문화 서비스, 그리고 생태계 건강을 유지하는 지지 서비스 등을 가리킨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이 마련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EEB)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이러한 서비스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최소 150조달러(한화 약 20경8575조원)로 추산된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혜택에 의존하는 산업은 매우 광범위하다. WE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44조달러(한화 6경1182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자연과 생태계 기능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특히 건설(4조달러)과 농업(2억5000억달러), 식음료 산업(1조4000억달러)이 자연 자원에 직접 의존하고 있다. 또한 화학 및 소재, 항공, 관광, 부동산, 광업, 운송, 소매업 등도 공급망을 통해 자연의 가치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한국 역시 경제적 측면으로 많은 부분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생태계 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한국이 현재와 같은 자연 자원 소비를 지속하면 향후 30년간 입을 경제적 손실이 약 100억달러(13조9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영국, 인도, 호주,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규모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경제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재정 계획을 포함한 포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올해 CBD 사무국에 제출한 제5차 NBSAP에는 40개 이상의 계획을 통해 생물다양성 가치를 반영하려는 조치가 담겼으나, 국가 차원의 재정 계획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M GBF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주류화하고 모든 정부와 경제 분야의 정책, 규제, 계획, 환경영향평가 등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공공과 민간 영역의 활동 및 재정 흐름에도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자와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연구, 지식 공유, 정보 접근성 제고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곧 경제 위기’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모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혜영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강 대표는 현재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연계채권(SLB) 실무 그룹 위원이며,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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