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행보는 전적으로 부적절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억만장자이자 공화당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머스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5일 대선을 앞두고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州)에서 사전 투표를 했다. 그는 투표소를 떠나며 잠시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한 기자가 “일론 머스크가 등록 유권자에게 수표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뜸 “그(머스크)에게 나도 등록했다고 전해주세요”라고 응답했다. 자신도 유권자 등록을 마쳤으니 머스크가 주는 수표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뜻인데, 머스크의 행태를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이든은 “머스크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 “전적으로 부적절하다(totally inappropriate)고 생각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려면 반드시 자신이 투표할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유권자 등록이라고 부른다.
그러자 트럼프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가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미 헌법 조항 중 제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의 권리)에 대한 지지 청원에 서명한 시민들 중에서 대선 당일까지 무작위로 뽑힌 이들에게 1인당 100만달러(약 14억원)의 수표를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조항은 공화당원을 비롯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헌법 조문이다.
수표를 받을 자격이 되는 이는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조지아·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 7개주(州)에 거주하는 이들로 국한된다. 공화당 후보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이른바 경합주들이다. 더욱이 머스크는 7개주에 거주함은 물론 반드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결국 머스크의 공언은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한테만 돈을 살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도 머스크의 이 같은 행태가 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돈으로 유권자들을 매수하는 매표 행위에 가깝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청원에 서명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돈을 지불할 수 없도록 한 연방 법률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7개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 조쉬 샤피로 주지사(민주당)도 최근 “위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수사기관에 “머스크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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