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00만 명 이상이 결핵 진단을 받았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9일(현지시각) 밝혔다. 1995년 관련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WHO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125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이는 같은 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인한 사망자 수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로써 결핵은 코로나 19를 제치고 전염병 사망 원인 1위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WHO는 전망했다.
결핵균(학명 Mycobacterium tuberculosis)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인 결핵은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다. 주로 호흡기인 폐에서 나타나며 혈액 등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 핵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하지만 감염된다고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된다. 나머지 90% 감염자는 평생 건강하게 지낸다.
WHO에 따르면 결핵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서태평양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파키스탄이 전 세계 발병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결핵을 예방하고,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데도 여전히 결핵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병들게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2년 132만 명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총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1080만 명으로 증가했다.
WHO는 “질병 부담의 98%를 짊어지고 있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는 심각한 자금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히 다제내성 결핵은 여전히 공중 보건 위기 상황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다제내성 결핵은 치료 약 중 가장 중요한 약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모두 내성인 결핵을 말한다.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은 치료가 어렵고 치명률이 높아 특히 저소득 국가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된다.
한편 국내 연구팀이 곤충과 공생하는 박테리아에서 다제내성 결핵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항생물질을 발견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오동찬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장지찬 경상국립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조은경·백승화 충남대 의대 교수팀과 함께 곤충 공생 박테리아 유래 천연물로부터 다제내성 결핵균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을 발굴했다. 연구결과는 1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독일 화학회지’에 공개됐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 결과 아레니콜라이드 중 아레니콜라이드A(Ar-A)는 기존 결핵균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결핵균에도 성장을 억제하고 병변을 완화하는 효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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