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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女선장 헤티 기넨 “플라스틱 생산 줄여야 지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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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30 16:00:46 수정 : 2024-10-30 16: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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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워리어호, 11월 ‘플라스틱 협약’ 앞두고 부산 입항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지구가 산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헤티 지넨(63) 선장은 30일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11월 중순 ‘제로 플라스틱 항해’를 위해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헤티 지넨 선장이 11월 중순 부산에 입항하는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 앞에 서 있다. 8명의 선장 중 유일한 여성인 그는 “지구를 살리려면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제공

유엔환경계획(UNEP)은 11월25일부터 부산에서 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 회의를 열고 국제적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오염 감축 협약을 제정해 12월1일 발표할 예정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강력한 협약 제정’ 메시지 발신을 위해 레인보우 워리어호 부산 입항을 결정했다. 한국에선 선박공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넨 선장은 “몇 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라자암팟에서 다이빙을 했을 때 물이 정말 맑고 깨끗했는데,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다시 찾았을 땐 물 속에 작은 입자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현지인들은 플라스틱 오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물 속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해졌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해안 근처에선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섬’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헤티 지넨 선장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 최소 75% 감축”이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제공

그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데 실패한 협약은 이미 우리의 건강, 지역 사회, 생물 다양성 및 기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고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기준 최소 75% 절감하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피스 ‘제로 플라스틱 항해’는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하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산업계와 약한 협약을 지지하는 정부에 대항해 환경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에서 자란 지넨 선장은 14세 때 1주간 항해 학교 경험으로 배사람을 꿈꿨다. 그는 “처음엔 항해 강사로 일을 시작했고, 네덜란드 전통 배에서 관광객들과 항해하는 전문 선원으로도 일했다”며 “해양 아카데미에 진학해 자격증도 땄지만 점점 더 큰 목표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껴 그린피스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1971년 알래스카 서부 화산섬 암치트카에서 미국이 진행한 지하 핵실험 반대 운동을 계기로 어선을 수리해 레인보우 워리어호라는 이름으로 항해를 시작, 프랑스 모루로아 핵실험 반대(1985년), 상업 포경 반대(2011년), 북극 석유 시추 반대(2015년), 불법 어업선 실태 공개 등 환경 보호를 위한 항해를 이어오고 있다.

 

1999년 불혹을 2년 앞둔 늦은 나이에 그린피스에 합류한 그는 55세 때인 2016년 여성의날(3월9일),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선장이 됐다. 선장 8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그는 선장이 된 날 “여성이라고 어떤 일(직업)을 못할 것이라 생각말라”며 “아마 다르게 하겠지만 결코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레인보우 워리어호.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제공

그는 입사 한 달만에 ‘독성 없는 아시아(Toxic Free Asia)’ 투어에 참여해 필리핀 올롱가포 수빅만을 방문했을 때, 옛 해군 기지에서 발생한 독성 폐기물이 선천적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목격했다. 지넨 선장은 “내가 하는 일에서 가장 큰 보람은 이렇게 항해를 통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더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올해 선장 9년차인 그는 “환경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배웠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환경 오염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선장을 낯설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물론 여성이라 더 실수하지 않으려는 부담감을 느꼈던 적은 있었지만 젊은 여성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뭐든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고 수준의 훈련을 받은 승무원 16명과 함께 항해하면서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를 방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넨 선장은 “네덜란드 사람답게 갈색 빵에 치즈와 루꼴라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배에서 내리면 주로 집에만 있다고 했다. 그는 “항해 중에 이미 충분히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이라며 “독서를 매우 좋아하는데 책을 읽으면 다른 생각을 잠시 멈추고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넨 선장의 한국 방문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첫 항해는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정이었는데 내가 합류했을 때 이미 항해가 시작돼 한국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는 없었다”며 “이번엔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봐야할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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