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열량이 낮으면서 베타글루칸 등 영양소는 풍부하고 특유의 고급스러운 향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품목이다. 전 세계에서 1만5000여종이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는 1500여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중 재배되는 버섯은 30여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대표적인 식용버섯은 느타리, 큰느타리, 팽이, 표고, 양송이 등이다. 하지만 버섯이 동물도 식물도 아닌 ‘미생물’ 균류에 속한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버섯은 식용 이외에도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버섯에서 우리가 흔히 먹는 부분은 자실체이고,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 역할을 하는 부분은 균사체인데 이 균사체를 활용한 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균사체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균사가 치밀하게 얽혀 구조적 안정성을 갖는 생물학적 특징으로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산업 소재 개발 연구는 2000년대 중반 미국, 유럽 등의 신생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친환경 전기차 시트와 내장재, 명품 핸드백, 브랜드 의류와 운동화, 스티로폼을 대신할 수 있는 포장 완충재, 건축 내·외장재, 인테리어 소품, 가구 소재 등 다양한 곳에서 상용화를 이루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제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버섯을 활용한 친환경 산업용 소재 개발 연구에 뛰어들었다. 3년여의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기계충버섯과 아까시재목버섯 등 토종 야생버섯류에서 소재화에 우수한 균주를 선발하는 데 성공했다.
균주 확보와 더불어 균사체를 활용해 버섯 가죽과 스티로폼 대체 소재를 만드는 독자 기술도 개발했다. 버섯 가죽은 동물 가죽과 달리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환경친화적이다. 버섯을 활용한 스티로폼 대체 소재 역시 자연 성분으로 100% 생분해되며 스티로폼보다 강도가 4배 정도 강하다.
농촌진흥청은 실험실의 연구가 실제 시장으로 확산하도록 새싹기업과 버섯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민간협업시스템 ‘가치성장’을 구축했다. 이른바 ‘가치’를 ‘같이’ 만든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농촌진흥청이 균주와 기술을 농가와 산업체에 제공하면 농가와 산업체는 농가 배양시설을 함께 이용해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농가는 농산부산물의 새 활용과 빈 배양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은 적은 자본으로 대량 배양시설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이 ‘가치성장’ 협업시스템에 참여한 농가와 새싹기업은 균사체 기반 포장 완충 소재를 올해부터 매달 2만~3만 개씩 생산해 국내 향수 전문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새싹기업 자체적으로는 매달 2000~3000개 생산이 최대였으나, 농가의 대량 배양시설과 인력을 함께 활용, 투입함으로써 현재는 기존 물량의 10배까지 생산량을 늘리게 됐다.
지금까지 훌륭한 식재료와 약재로 사랑받아온 버섯은 이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친환경 소재로 진화하며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연구자, 농민, 기업인과 손잡은 버섯의 ‘가치성장’이 버섯 산업을 넘어 농업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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