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제약과 바이오 관련 공급망 강화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1일 발표한 ‘주요국의 제약·바이오의약품 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주요국은 ‘보건 안보’ 확보를 위해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은 그동안 국가 간 분업 체계로 이뤄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중요 출발 물질 및 중간체가 출발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원료의약품(API)이 만들어지면 미국·EU 등에서 완제의약품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었다. 고급 원천기술보다는 대량 생산이 필요한 원료의약품은 생산비용이 낮은 중국이나 인도가 담당하고, 연구개발 및 완제 의약품 생산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펜데믹 시기 인적·물적 자원 봉쇄와 수출통제 등으로 그동안 쉽게 조달할 수 있었던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 수급이 어려움을 겪자 주요국이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확보에 나서게 됐다.
2021년 미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과 함께 의약품을 4대 핵심 분야로 정하고 공급망을 점검했다. 중국 등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결론에 따라 미국 내 생산 확대, 핵심 의약품 재고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국 투자심사 강화와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 개인정보 이전을 제한하는 ‘바이오안보법’ 추진 등 중국 관련 리스크 완화 정책도 본격화되고 있다.
EU는 의약품 부족 사태 대비를 위해 지난해 말 ‘핵심 의약품 목록’을 작성하고 올해 초 민관 공동 ‘핵심의약품연합’을 결정했다. 또 바이오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이오기술법’을 추진하고, 한국 등 주요 국가와 기술 연구, 기술이전‧규제 및 시장 접근 관련 국제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 규모는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준 세계 2위(11개),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기준 세계 1위(14개)다. 하지만 미국‧EU 등 주요 제약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원료의약품에 대한 중국 및 인도산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등록원료의약품 점유율은 국내가 9.9%, 중국 22.6%, 인도 47%다.
한주희 무협 연구원은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및 대중국 견제로 우리나라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동시에 일본, 유럽, 인도 기업과의 경쟁 심화, 원료의약품의 높은 중국산 의존도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주요국의 정책 모니터링 강화와 국내 바이오 공급망 점검, 의약품 국제협력 체계 공고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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