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극우정당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파키스탄 출신 동료 의원에게 “파키스탄으로 꺼져라(piss off)”라고 비방한 것에 대해 호주 법원이 인종 차별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1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연방법원은 호주 극우 정당 원 네이션(One Nation) 대표인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 인종차별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메흐린 파루키 녹색당 상원의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앵거스 스튜어트 판사는 핸슨 의원이 “심각하게 불쾌한 협박적인 행동을 했다”며 강력한 형태의 인종차별 행동이고 국수주의적이며 반무슬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9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직후에 벌어졌다. 파루키 의원은 여왕 서거 소식에 SNS에 “식민지 국민의 생명과 땅, 부를 빼앗아 건설한 인종차별주의 제국 지도자를 애도할 수 없다”며 “우리는 원주민과의 조약, 영국 식민지에 대한 정의와 배상, 공화국이 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되새긴다”고 적었다. 그러자 핸슨 의원은 SNS에 “당신의 태도는 나를 경악하게 하고 역겹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당신은 호주로 이민 와 이 나라의 모든 혜택을 누렸다”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니 짐 싸서 파키스탄으로 꺼져라”라고 적었다.
파루키 의원은 해당 게시물이 인종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원에 제소했다. 핸슨 의원은 호주로 이주해 살면서 군주제를 비판하는 위선을 지적한 정치적 담론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스튜어트 판사는 ‘파키스탄으로 꺼져라’라는 표현은 “‘네가 온 곳으로 돌아가라’는 구호의 변형으로 강력한 형태의 인종차별”이라며 “그의 글은 파루키 상원의원에 대한 분노에 찬 인신공격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파루키 의원은 “법원이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증오 발언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반면 핸슨 의원은 SNS를 통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파루키 의원은 1963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태어났으며 구조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2년 숙련 노동자 비자를 통해 호주로 이주했다. 이후 호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4년 녹색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투신했다.
핸슨 의원은 호주의 대표적인 반이민 극우 정치인이다. 1996년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부의 이민 정책을 공격했고, 무슬림 난민의 정착이나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 복장) 착용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7년에는 의회에 부르카를 입고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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