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하트해변 죽변해안스카이레일 타면 푸른 바다 아찔하게 즐겨/단풍 곱게 물드는 덕구계곡 트레킹 용소폭포 장관/죽변항에선 11월 8~10일 2024죽변항수산물축제/연말 동해선 완전 개통 동해안 기차 여행 시대 활짝
예쁘다. 어느새 이렇게 곱게 물들었을까. 빨갛고 노란 단풍들. 맑고 푸른 하늘이 배경으로 깔리니 색은 더 선명하다. 그 단풍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과 청아한 소리로 노래 부르는 산새들. 가만히 눈 감고 들으니 아름다운 플루트 연주처럼 가슴 한쪽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자연의 연주 즐기며 울진 덕구계곡 타박타박 걸어 용소폭포 앞에 섰다. 가파른 기암절벽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다 깊은 소로 쏟아져 내리는 장쾌한 물줄기의 파열음은 마음에 두껍게 쌓인 때를 순식간에 산산조각 내 버린다.
◆기차 타고 울진 하트해변 가볼까
경북 울진은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다. 겨울철 별미 울진대게와 신선하고 쫄깃쫄깃한 생선회가 넘쳐나고 ‘연인들의 성지’ 하트해변 등 바다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단점은 불편한 교통이다. 철도가 없기 때문에 주로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연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바로 포항~울진~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166.3㎞가 완전 개통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강릉에서 동해~삼척~울진을 거쳐 부산까지 연결되며 수도권에서도 강릉을 거쳐 동해안을 기차로 여행하는 시대가 열린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두 시간, 다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자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완벽한 하트 모양을 만드는 예쁜 죽변하트해변이 등장하고 그 위를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달린다. 죽변승차장에서 출발한 모노레일이 속도를 높이자 울진의 푸른 바다를 보란 듯이 펼쳐낸다. 날이 맑아 하늘과 구름을 그대로 담아내는 한없이 맑고 푸른 바다와 발아래 갯바위를 사정없이 따리는 파도를 아찔하게 즐기며 달리기에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날아간다.
하얀 죽변등대 아래로 자리 잡은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언덕을 지나면 죽변의 명물인 하트해변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의 라인과 갯바위가 꾸미는 풍경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하트모양이다.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이곳을 찾는 이유다. 울진 바다를 가까이서 즐기며 천혜의 청정 자연을 두 눈에 오래오래 담을 수 있는 죽변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 죽변항~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8㎞ A코스, 후정해변~봉수항 구간을 오가는 B코스가 있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너무 빠르지 않은 적당한 시속 5㎞ 속도로 달리며 울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고래잡이를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남자와 그들에게 다가온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도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절벽 위에 세운 세트장은 유럽풍의 예쁜 집으로 붉은 지붕이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선명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바닷가 언덕에 이런 집 하나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안마당에 서서 행복한 상상을 하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걸린다.
세트장은 ‘용의 꿈길’로 이어진다. 빽빽한 대나무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사각사각” 소리 내는 댓잎 부대끼는 소리와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는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가슴 속 깊이 선사한다.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먼 옛날, 오직 승천만을 꿈꾸던 용이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다 용의 꿈길에서 드디어 소망을 이뤘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신성한 곳으로 여겨 가뭄이 극심해질 때마다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고 용이 노닐면서 승천한 곳이란 뜻을 담아 ‘용추곶’이라 불렀다. 신라시대 화랑이 왜구를 막기 위해 이곳에 상주했고 오래전부터 자생하던 대나무는 임진왜란 때 화살의 재료로 사용됐다. 전망대에 서면 절벽 밑으로 푸른 바다 위를 달리는 아찔한 모노레일이 잘 보인다.
용의 꿈길을 끝까지 걸으면 죽변등대를 만난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죽변등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뱃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죽변등대 앞 조형물이 포토존이다. 동해안의 수평선 너머로 밝게 떠오르는 태양과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위를 꿈과 희망을 안고 항해하는 돛단배를 표현한 작품으로 등대와 아주 잘 어울린다. 등대 맞은편 동네 주민의 쉼터인 공원에는 독도 최단거리 표지석이 서 있다. 죽변면 죽변리와 독도 사이 거리가 216.8㎞로 이곳이 독도와 가장 가깝다.
◆단풍 곱게 물드는 덕구계곡 트레킹
푸른 바다 실컷 즐겼으니 이제 고운 단풍 물들어가는 북면 덕구계곡으로 나선다.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금문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해발 998m의 응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덕구계곡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울진의 유명한 덕구온천의 물이 시작되는 ‘원탕’도 계곡에서 만난다. 다양한 코스가 있다. 덕구계곡~용소폭포~원탕~응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6.9㎞ 산행은 편도 약 3시간30분이 걸린다. 정상에서 작은당귀골~용소골~덕풍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는 6.7㎞로 편도 5시간 거리다.
특히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지는 4㎞의 오솔길은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돌과 물이 어우러지는 계곡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늘고 긴 줄무늬가 새겨진 신비한 검정돌과 흰돌을 만난다. 약 20억년 전 입자가 작은 모래와 진흙으로 구성된 암석의 광물질이 높은 열과 강한 압력으로 늘어나면서 줄무늬 검은돌이 만들어졌다. 줄무늬 흰돌은 화강편마암이다.
자연이 빚은 위대한 작품을 감상하며 30분 정도 걷자 장쾌한 폭포소리가 들린다. 2단으로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용소폭포다. 얼마 전 비가 온 덕분에 풍부한 수량의 폭포를 만났으니 행운이다. 폭포는 기암괴석 절벽과 단풍으로 둘러싸여 신비감을 더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 다리도 덕구계곡의 명물. 절경을 감상하며 금문교,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을 지나면 미네랄이 풍부한 약수터 ‘효자샘’을 만난다. 옛날 나무꾼이 불치의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이 약수를 길어 마시게 하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효자샘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덕구온천 원탕에 도착한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이 인기다.
◆보부상 걷던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북면 두천리에도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울창한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보부상길, 보부천길, 대왕소나무길, 가족탐방길, 오백년소나무길, 화천민옛길로 구성됐으며 13.5㎞의 보부상길은 내성행상불망비(두천1리 주막촌)~바릿재~찬물내기~샛재(조령성황사)~주막터~대광천~너삼밭~저진터재~금강송펜션까지 이어진다. 옛날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열두 고개 ‘울진 십이령’을 복원한 길이다. 숲 생태계 보전을 위해 하루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가이드 동반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두천천의 돌다리를 건너면 절벽 옆에 높인 내성행상불망비를 만난다. 조선시대 말 울진과 봉화를 오가며 물품을 팔거나 물물교환을 하던 행상(선질꾼)의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고자 세운 비석으로 ‘선질꾼비’로도 불린다. 선질꾼들은 흥부장, 죽변장, 울진장에서 주로 소금, 미역 등의 해산물을 구매한 뒤 쪽지게에 지고 십이령을 넘어 봉화장 등에서 곡식, 의류, 잡화 등과 물물교환했다. 불망비는 보기 드물게 철로 만들었는데 돌보다 강하고 영원하다는 믿음을 담았단다.
강원 삼척시와 인접한 죽변항은 울릉도, 독도와 최단거리에 있는 울진군의 북쪽 관문이자,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이다. 대게 어획량이 남쪽의 후포항과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활어회와 어패류를 구입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동해의 ‘보물상자’ 죽변항에서 11월 8~10일 푸른 동해의 맛과 향을 가득 담은 2024죽변항수산물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수산물 및 건어물 판매 장터가 열려 청정해역 울진에서 잡아 올린 각종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또 활어 맨손잡기, 요트 승선체험, 수산물 레크리에이션, 죽변항 수산물 즉석경매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