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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릴러 드라마’ 전성시대

입력 : 2024-11-04 20:43:00 수정 : 2024-11-04 20: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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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인기몰이’
친구·가족·부녀 등 한국적 정서
장르물과 결합시켜 마니아 확보

“드라마 명가 MBC가 부활했다. 스릴러로!”

과거 인기 드라마를 많이 방영하면서 ‘드라마 명가’라는 호칭까지 얻었지만, MBC는 근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예전만 못하다”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우리, 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까지 MBC가 최근 주말에 진성 스릴러 드라마를 연달아 선보이면서 ‘MBC=스릴러’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MBC 제공

하지만 최근 그런 MBC가 변했다. 주말드라마 부분에서 웰메이드(잘 만든) 스릴러 드라마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다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하지만, 마니아는 물론이고 진득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 사이에서 호평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작품들이 가족과 친구 등 ‘한국적 정서’를 가득 담은 스릴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MBC는 지난 5월24일부터 6월29일까지 ‘우리, 집’을 방영했다. 가정 심리 상담의 노영원(김희선)이 정체 모를 협박범에게 자신의 커리어와 가정을 위협받게 되면서 추리소설 작가인 시어머니 홍사강(이혜영)과 공조해 가족을 지키는 이야기다. 김희선과 이혜영을 주연으로 김남희, 권해효, 안길상, 연우 등이 출연했다. 다만 이때만 해도 ‘본격적으로 스릴러 드라마를 할 거야’라기보다는 ‘우리 이제 스릴러 드라마 연달아 할 건데, 맛보기로 이거 한 번 봐봐’라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이 ‘진성 스릴러’ 드라마라기보다 스릴러에 코미디가 더해진 오묘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MBC의 이러한 모습은 파리 올림픽 이후 180도 변했다. 파리 올림픽 개최로 2달여 주말드라마 공백기를 가졌던 MBC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Black Out)’을 방영했다. 8월16일부터 지난 4일까지 방송됐던 이 드라마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사건 당일의 진실을 밝히는 내용이다. 변요한을 비롯해 고준, 고보결, 김보라, 권해효, 이가섭, 배종옥, 김미경, 조재윤, 차순배 등이 출연했다. 연출은 영화 ‘화차’ 등으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이 맡았다. 드라마는 배우들의 명연기와 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편집,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스릴러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드라마는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원작으로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 정서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한국형 스릴러’를 완성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렇게 마니아 등에게 스릴러의 맛을 느끼게 했던 MBC는 후속작으로 진득한 스릴러를 또 내보내면서 ‘MBC=스릴러’라는 공식을 완성 중이다. 지난 11일부터 방송 중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딸 장하빈(채원빈)이 얽힌 걸 알아내고 그동안 몰랐던 딸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녀간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스릴러 드라마와 차별점을 가지며, 여기에 흡인력 있는 극본과 치밀하고 감각적인 연출, 빈틈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파일러로 등장하는 연기 명인 한석규와 그의 딸을 연기하는 신예 채원빈의 숨 막히는, 그리고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연기 대결이 볼거리다.

이처럼 MBC가 최근 방영한 스릴러 세 작품은 가족 또는 친구 등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스릴러와 다르다. 단순히 살인범을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고, 가족 또는 친구가 살해되거나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빠른 전개와 즉각적인 것을 원하는 최근 시청자 취향과 달리 스릴러는 긴 호흡을 가지고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밝혀지는 형식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는 힘들다”며 “반면 한 번 빠져들면 깊이 반하는 몰입감을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MBC는 여기에 뻔하다고 생각하는 틀을 벗어난 새로움을 더했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도 “기존 스릴러 드라마는 연쇄 살인에 대해 하드보일드(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묘사하는 것)하거나 공포물로 그려왔다”며 “MBC는 친구, 가족, 부녀 등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장르물과 적극적으로 결합해 스릴러 팬을 물론이도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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