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 고유 언어를 한글을 사용해 표기해 온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을 민족 정체성 보전의 성공 사례로 집중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술래이시섬 남동쪽 부톤섬에 거주하는 인구 약 9만3000명의 소수민족 찌아찌아는 자신의 문자가 없어 수세기 동안 언어가 구전으로만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많은 소수민족과 부족이 있어 토착어가 700개가 넘는다. 이웃 파푸아뉴기니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언어적으로 다양한 곳이다.
부톤섬에만도 찌아찌아족 토착어와 거의 20개의 방언이 있다. 대부분은 문자가 없어 언어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부탄섬 바우바우의 전 시장 아미룰 타밈은 “언어는 공동체의 자산이자 유산이다”며 “자체 문자가 없으면 언어는 정체성을 잃는다”고 말했다.
찌아찌아어 보존주의자들은 처음에는 아랍어 문자를 사용하려고 했다. 로마자로는 쉽게 음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톤섬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1500년대부터 아랍어 문자로 쓰여진 월리오 방언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도 한 이유다.
2009년 한국 학자들의 방문 이후 한글이 찌아찌아어의 문자로 소개됐다.
두 명의 강사가 바우바우에서 한국으로 파견되어 한글을 배우고 찌아찌아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아비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서울대에서 6개월을 보냈고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필사한 선구자로 여겨진다. 그는 “한글과 찌아찌아어 음조와 발음이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한글을 빌린다”며 “오래된 한글과 현대 알파벳을 섞어서 독특한 찌아찌아어 표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한글 사용으로 문화적 지배나 공동체의 정체성 왜곡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언어 보존에 도움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서울대는 한글을 문자가 없는 언어 보존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찌아찌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찌아찌아족도 교사 부족 등으로 한글 사용이 10년 가량 보류되다가 2020년 한글을 사용한 사전이 출판된 후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다.
이제 바우바우의 소라볼리오 지구에서는 거리, 학교, 공공 시설의 이름이 로마자와 한글로 표시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자체 교과서를 만들어 4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에게 한글 문자를 가르친다.
찌아찌아족 구성원 중 한글에 능통한 사람은 비교적 적어 인도네시아어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지역 원로인 주누딘은 “문자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찌아찌아어를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데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바우의 사회학자 라 오드 알리르만은 “언어가 멸종되면 그 부족의 정체성, 지역적 지혜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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