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엄마 어떡해” 전화…母 “너무 죄송”
서울 강남에서 무면허 8중 추돌 사고를 낸 20대 여성이 사고 직후 목격자 제지에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티다 또다시 오토바이 운전자를 쳤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경찰과 뉴스1 등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 김모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쯤 무면허로 차를 몰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던 여성을 치고 달아났다. 이후 1시39분쯤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 사거리에서 강남역 12번 출구 방향으로 향하는 테헤란로를 주행하던 중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일부 구간을 역주행하기도 했다.
사고 당일 강남역 인근 현장 영상을 보면 김씨의 차량은 여러 대의 차량을 들이받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도로 중앙 화단 위로 올라간 뒤, 다시 후진 후 역주행해 운전자가 탄 오토바이도 들이받았다.
이 장면을 최초 목격한 유치열(28·남)씨는 이날 뉴스1에 “빨리 나오시라고 손짓도 하고, 말도 몇 번씩이나 했는데 계속 누군가한테 전화하면서 문을 닫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경찰이 출동하기 전 도로에 뛰어들어 김씨를 직접 제지한 시민이다. 김씨는 당시 “안 나갈 거니까 빨리 문 닫아라. 나 안 나간다, 알아서 할 거다. 문 닫으세요” 등의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유씨가 차 키를 뽑으려고 허리를 반쯤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가자, 김씨는 후진까지 시작했다.
유씨는 “김씨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나무를 박길래 멈추려고 다가갔는데 앞뒤 문이 모두 잠겨있었다”며 “누구한테 계속 전화하면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려고 했었다. 김씨가 갑자기 후진하더니 오토바이 운전자를 또 박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차량 6대와 오토바이 운전자까지 들이받은 뒤에야 질주를 멈췄다. 김씨가 당시 통화한 인물은 자신의 어머니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JTBC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는 김씨가 사고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차 박았어! 어떡해 엄마? 어떡해, 어떡해?”라며 당황한 음성이 담겼다. 김씨의 어머니가 “건드리지 말고 시동 꺼!”라고 답하자, 김씨는 “시동 끄는 걸 몰라. 어떻게 꺼? 사람 쳤어! 어떡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김씨는 운전 학원에 다녔을 뿐 면허를 한 번도 취득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거여동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논현동 자택으로 모친 소유 차량을 몰고 가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조사 결과 김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김씨는 사고 당일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전날 JTBC를 통해 “(딸이) 정신과 약 복용한 지가 한 7년 정도 됐다. 환각이 보이고 환청도 들리고 헛것도 보인다”며 “사고 당일 딸이 몰래 차량 열쇠를 들고 빠져나가 말릴 새가 없었다. 그분들(피해자들)한테 너무 제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이런 상황이 생겨서 죄송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혈액 등을 검사 의뢰한 상태다.
김씨는 전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김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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