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지휘자와 호흡 맞춰…연습·공연수당 등 동일 처우
시각·청각·발달 장애인 등 모두 참여…수준급 연주인 포함
“발달 장애인과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어울려 전문 연주자의 꿈을 실현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 겁니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
경기도가 한 달간의 공개 오디션을 거쳐 40명의 ‘인재양성형’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을 선발했다고 5일 밝혔다.
83명의 지원자 가운데 1차 심사와 실기·면접을 거쳐 선발된 단원들은 전문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 이달 13일부터 2년간 활동하게 된다. 공식 창단식은 세계 장애인의 날인 다음 달 3일 예정됐다.
18∼43세의 단원들 대다수는 지적·자폐성 발달 장애인이며 시각 장애인 2명, 청각 장애인 1명이 포함됐다. 악기별로는 △바이올린 18명 △첼로 5명 △비올라 4명 △타악기 2명 △플루트 2명 △오보에 2명 △클라리넷 2명 △호른 2명 △콘트라베이스 1명 △트럼펫 1명 △튜바 1명이다.
도 관계자는 “본인의 의지 못잖게 연주 실력을 봤다”며 “공연수당, 연습수당 등 일반 오케스트라와 같은 처우를 받는다. 발달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다른 지자체의 오케스트라와 달리 모든 장애인들이 참여한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단원 중에는 ‘제2의 유진박’을 꿈꾸는 자폐성 장애인 박모(27)씨도 이름을 올렸다. 성장하면서 입을 닫았던 박씨는 바이올린을 배우며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고, 예술중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민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그는 창단 소식을 접하고 자리를 옮긴다. 청각 장애인(5급)이지만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드럼 등 타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백모(24)씨도 창단에 동참했다.
초대 지휘자에는 박성호 성신여대 겸임교수가 선임됐다. 국립 쇼팽음대에서 공부한 그는 국내 최초의 발달 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7년간 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과거 장애인 오케스트라 지휘가 너무 힘들었지만 여전히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는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을 통해 후원금 나눔과 재능기부 등의 후원활동을 펼친다. 오케스트라 창단을 제안한 김동연 지사는 “장애인도 연주인의 꿈을 이룰 기회의 통로를 만들겠다”며 “1호 기부금은 제가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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