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울타리 설치… 경계 강화
24개州 방위군 워싱턴 파견 대기
선거 뒤 폭력·불복 불씨 여전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내내 상대 후보에 대한 날 선 공방과 보복 시사, 혐오 발언과 편 가르기, 후보 피격 사건 등이 반복되면서 깊게 팬 골을 치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전날인 4일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한 선거가 치러진다”며 “미국은 21세기에 상상할 수 없던 정치 폭력, 후보 암살 시도, 상대 후보에 대한 보복 등의 가능성에 긴장하며 이번 선거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갈등으로 점철된 선거가 마침내 끝나는 것에는 안도하지만, 선거일과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불안감의 기류가 미국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써 자신이 졌을 경우의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선거 불복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주도했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가 재결집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백악관 주변엔 울타리가 설치됐다. 백악관 주변 음식점 등 상가의 창문엔 선거 이후 폭력에 대비해 합판이 덧대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24곳 이상의 주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워싱턴에 주 방위군을 파견할 의향을 밝혔다. 워싱턴은 아직 주 방위군 파견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사태 재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국 투·개표소에도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 비상 버튼, 감시용 드론, 방탄유리와 방탄조끼까지 등장했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양 진영 간의 심리적인 상처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날 미국심리학회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올해 미국인들에게 가장 흔한 스트레스 요인은 ‘미국의 미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응답자의 56%는 이번 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두 개로 쪼개지고 있다. 3일 발표된 NYT·시에나대 여론조사(10월27일∼11월2일, 7개 경합주 투표의향층 7879명 대상, 오차범위 약 3.5%포인트)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유권자(87%), 30세 이하 젊은 유권자(57%), 대학 학위를 가진 백인 유권자(55%)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농촌 유권자(75%), 백인 유권자(56%),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64%)에게 각각 강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 따르면 양당 후보의 마지막 예상 승률(4일 기준)은 50 대 50으로 분석됐다. 양측의 획득 예상 선거인단 수 중간값은 해리스가 270명으로, 트럼프(268명)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