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와 중복도 낮아 상생
15분 주기로 배차간격도 짧아
하루 300명 이용… 환승도 용이
한정된 운행시간은 극복 과제
“예전에는 도서관에 가려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거나, 버스에서 내려 15분 정도를 걸어야 했어요.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새 노선이 생겨서 편리해졌습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앞 정류장에서 1일 만난 주부 이현정(47)씨는 ‘성공버스’에 올라타며 이렇게 말했다. 성공버스는 지난달 2일 시범 운행을 시작한 ‘성동구 공공시설 셔틀버스’로 구청과 주민센터, 문화체육센터 등 공공시설을 순환하는 무료 셔틀버스다.
서울 여러 자치구가 약 1∼2시간 간격으로 구립시설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마을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인 15분 주기의, 무료 셔틀버스를 도입한 건 성동구의 사례가 최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른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25분 이내’로 정해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마을버스와 비슷한 빈도로 무료 버스가 오가는 셈이다.
6일 구에 따르면 금호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12.6㎞ 구간, 22개 정류장을 순환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린다.
성공버스 기사 정모씨는 “출퇴근시간대에는 2호선 뚝섬역이나 성수역에서 타고 내리는 30∼40대 직장인들로 거의 만차가 된다”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 사이에는 관공서나 보건소, 체육시설로 향하는 어르신과 주부가 주요 승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대가 높은 행당동과 금호동 쪽에선 성공버스가 생겨 오르막길을 다니기 편해졌다는 어르신들이 특히 많다”고 덧붙였다.
성공버스 노선은 기존 마을버스와의 중복도가 9.8%에 불과하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던 교통 소외지역을 주로 다닌다는 의미다. 올 7월 구민 1000여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노선 구상에 반영한 결과다. 마을버스 사업자의 반발 우려도 고려했다.
구 관계자는 “성공버스 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운수업체의 경영손실에 대비해 정류소 중복도를 최소화하고, 기존 대중교통 수단과 환승이 용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통 한 달을 넘긴 성공버스의 일 이용객은 약 300명 수준이다. 해당 사업엔 구비 2억9000여만원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서울 곳곳의 마을버스가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버스 도입 사례가 고무적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적자업체에 올해 364억원을 지원하는 등 마을버스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운전기사 감소와 운행횟수 감축에 따른 배차간격 증가로 시민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근무하는 마을버스 운수종사자는 2815명으로 적정 인원(3441명)의 약 20%가 미충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마을버스 사업자들이 경영난과 구인난을 내세워 시에 보고한 인가 대수의 절반 이하로 감차한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지대나 언덕으로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으면 시민들의 고충이 커지지만, 마을버스 운영을 민간이 하는 탓에 운수회사들의 건전 경영 여부는 누구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버스의 경우 정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마을버스 대비 차별화에 성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행 성공버스는 한계도 뚜렷하다. 버스 운행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응봉동에 사는 취업준비생 지모(27)씨는 “구립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데, 귀갓길에는 (성공버스가) 무용지물”이라며 “주말에도 서울숲과 성수동에 놀러 갈 때 무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구 관계자는 “이용시간 확대는 물론 자신의 주거지 쪽으로 성공버스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구민들의 요구가 빗발친다”며 “올해 12월까지 시범 운행 기간 동안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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