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이 정부가 추진한대로 됐다”고 언급하자 의료계에서 “여·야·의·정협의체가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이 9개월에 접어든 가운데 여당 주도의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이 빠진채 11일 출범할 예정이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은 아예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尹 “2025년 의대 정원 정부가 추진한대로”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2025년도 수능이 11월 14일에 있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가 추진한 대로 됐다”며 “이제 2026년도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해서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하면 그에 따라서 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의·정을 통해 논의가 진행되고, 또 야당과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만나야 할 것이다. 진행을 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의료개혁을 지금 빠른 속도로 추진 중”이라며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는 실손보험 제도 등까지 종합해서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들이 수술·치료에 따른 사법 리스크에 굉장히 민감하므로 책임보험제도를 설계해 사법 리스크를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협의체 출범 나흘 앞두고 굳이...”
의료계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예상했지만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나흘 앞두고 굳이 2025년 의대 정원 불변 원칙을 못박은 것은 협의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최창민 위원장은 “우리는 ‘2025년 의대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통령이 저렇게 말하면 더 진행되는 게 없는 것”이라며 “2025년 정원은 아예 논의조차 안 된다는 것이면 협의체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장상윤 수석, 이주호 교육부장관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2025년 정원을 못박으면 협의체에서 풀어보려는 대한의학회 등의 노력이 소용없어지는 것”이라며 “결국 의사들이 손들고 포기하라는 얘기인데 전공의·의대생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1년을 포기했는데 1년을 더 포기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전공의·의대생들의 내년 3월 복귀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 반감’ 인사들 빼고 출발하는 협의체
윤 대통령의 이날 언급으로 이미 협의체에 참여키로 결정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입장을 뒤집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학회·KAMC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을 몰랐던 게 아니기 때문에 협의체 참여 결정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이 ‘2025년 의대 정원은 정해졌다’고 못을 박아버리면 협의체를 할 이유가 없고, 전공의·의대생들이 돌아올 곳도 사라진다. 협의체를 시작하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굳이 선을 긋는 것은 정치적 감각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11일 출범 예정인 여·야·정 협의체에 정부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경제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설 예정이다. 의료계 반감이 큰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
여당은 3선인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 등 3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과 KAMC 이종태 이사장 외에 추가 인원을 선별할지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오는 11일에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할 예정”이라며 “이번 협의체 출범이 정치권, 의료단체, 정부가 모여 의료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속도감 있게 풀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학회와 KAMC 외에 의사협회,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주시기를 거듭 촉구한다”며 “정부는 더욱 열린 마음과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강릉아산병원, 건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부산백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영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조선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13개 기관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로써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31개가 선정돼 참여기관은 6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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