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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2 김현주 “민혜진이 갑자기 잘 싸우는 이유?…잃을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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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07 19:56:07 수정 : 2024-11-07 19: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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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bound S2 Kim Hyun-joo as Min Hyejin in Hellbound S2 Cr. Won-jin Jo/Netflix © 2024

“민혜진 변호사는 지옥 시즌1에서 엄마가 죽는 장면을 목격해요. 그때 혜진은 죽었고, 이후로는 이미 지옥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애착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거죠. 신념 말고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 남과 싸울 때 주저하지 않아요. 이런 면을 액션으로 표현했어요.”

 

넷플릭스 화제작 ‘지옥’ 시즌1, 2를 본 이들은 ‘변호사에 불과했던 민혜진이 몇년 만에 여전사로 돌아온 설정이 현실성이 없다’고 종종 말한다. 이 작품에서 민혜진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 시즌2 공개 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의 무서움’을 들었다. 그는 “혜진은 이제 변호사라 할 수 없다. 변호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며 “다만 변호사였었다는 캐릭터 설정이 중요해서, 연기할 때 그런 느낌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지옥’은 사자들이 예고 없이 등장해 사람들에게 지옥행 날짜를 ‘고지’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드라마다. 고지받은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벌을 받고 죽는 ‘시연’을 당한다. 시즌1에서는 고지와 시연이 알려지면서 세상이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다뤘다. 시즌2에서는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김성철)와 시연 장면이 최초로 생중계된 박정자(김신록)가 부활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다. 여기에 일종의 반대세력인 소도의 내분과 사회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계획, 광신도집단의 폭주가 얽힌다. 

 

김현주는 시즌2에서 이전보다 무르익은 액션 실력을 선보인다. 박정자를 구출하기 위해 광신도 무리를 때려눕히고 ‘소도’ 집단의 동료와 폐차장에서 일전을 벌인다. 시즌1에서 촬영 경험이 있으니 조금은 쉬워졌을 법도 한데, 액션 연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액션연기가 더 쉬워지지 않는 듯해요. 새로운 현장, 배우와 하니까요.  액션 자체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액션의 합도 다 다르기에 쉬워지는 느낌은 없는데 그래도 재밌어요. 땀흘리며 같이 훈련하는 과정, 땀의 결실을 맛보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어요. 늘 감정적으로 풀어내는 연기만 하다가 캐릭터를 몸, 동작으로 풀어낼 수 있단 걸 알게 돼서 그런 부분도 재밌었어요.”

 

그는 민혜진에 대해 “규율 속의 질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상을 (지옥 고지 이전의) 원래 상태로 돌려놓고 싶은 인물”이라며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소도 동료가) ‘세상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는 건 너’라고 할 때 실제 저도 민혜진에 동화돼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마지막 신에서 더 혈투를 벌였던 것”이라며 “‘내가 정말 그랬나’하며 잠깐 흔들리지만 ‘아냐,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면서 싸우는 장면이기에 반드시 이겨내야 했고,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사상 대립이 보여지는 혈투였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민혜진이란는 인물을 준비하며 김현주는 많은 고민을 한 듯 했다.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변호사 출신이 평화가 아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맞는지, 시연에서 살아남는 아이를 4년간 사실상 감금하는 데 동조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됐다 한다. 그럼에도 그는 민혜진의 장점으로 “다른 사람과 달리 반성하고 끊임없이 자기에게 질문하고 설창하는 점”을 들었다.

 

Hellbound S2 (L to R) Kim Hyun-joo as Min Hyejin, Yang Ik-june as Jin Kyunghun, Lee Re as Jin Heejung in Hellbound S2 Cr. Won-jin Jo/Netflix © 2024

1997년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김현주는 어느덧 27년차 배우가 됐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던 데뷔 초와 달리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투사 역할까지 하게 된 요즘 감회가 남다를 듯 했다. 그는 “(당시에는) 아무래도 TV 드라마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완전히 획기적이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이 꽤 오랫동안 있었다”며 “그래서 좀 부정적이기도 하고 불만을 갖는 부분도 있었고, 그러면서도 막상 도전할 용기는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전 계획 없이 데뷔한 격이거든요. 일을 하다보니 5년쯤 지나서인가 ‘난 배우가 하고 싶어, 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어요. 그때 제가 많이 소진돼 더 보여드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부족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배우라면 영화를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만큼 배우로 성장한 그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제가 해온 행보가 전 마음에 든다. 적당히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착하고 올곧은 인물이 어울리는 이미지인 그는 앞으로 새로운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정의의 편에 서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악랄하거나 비열한 악녀 같은 인물도 해보고 싶어요. 제 안에 그런 게 없진 않을 거 아니에요. 끄집어 내야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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