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조기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선거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만남은 가능하면 내년 1월 20일 미 대통령 취임 전에 성사시킨다는 계획으로,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남미에서 펼쳐지는 다자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방안을 정부는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회동이 미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께서도 빠른 시기에 (회동을) 하자고 하신 만큼 계속 (미측과) 조율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전했다.
정부는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참석 전후에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놓고 여러 옵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5∼16일 페루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19일에는 브라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다만 취임 전까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를 대표하는 위치가 아닌 만큼 정부는 회동 형식이나 세부 의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첫 당선 당시 깜짝 조기 회동을 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전례를 고려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대선 개표 완료 다음 날인 11월10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고, 일주일 뒤 뉴욕에서 만났다. 당선인이 아직 당국자가 아님을 의식한듯 이때의 만남은 격식을 덜 갖춘 ‘친교 행사’ 차원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골프용품 선물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나눴고,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외교무대로 주목받았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한국 정상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가 매우 이른 시점에 이뤄졌다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외 공개된 사실만 보면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10번째쯤 순서로 연락이 닿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인수팀 거점으로 정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조현동 주미대사가 파견된 데 대해 “1차 이유는 통화 주선이었고, 앞으로는 인수위와 네트워킹하기 위해 더 활동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사단이나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 정책 협의를 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미 대선 기간 두 후보자 측과 활발히 네트워킹하며 양 진영과 100번 넘게 접촉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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