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활동 영향 ‘촉각’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10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사 등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고 의료계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해 갈등을 촉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사진) 회장이 탄핵됐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를 아우르는 협의체 출범을 하루 앞두고 의료계 대표단체 수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향후 여·야·의·정 협의체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안을 가결 정족수 150명 이상을 넘긴 170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이날 총회에 참석했다. 반대는 50표, 기권은 4표로 찬성표 비율이 75.9%로 압도적이었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의협은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남은 임기 2년6개월을 책임질 새 회장에 대한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안도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의협은 비대위체제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을 13일까지 선출할 계획이다.
앞서 의협 대의원들은 지난달 21일 “의료대란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문제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임 회장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이 있음에도 개별 전공의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해 대표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공의·의대생들과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바른의료를위한특별위원회’(올특위) 발족 브리핑을 열었고, 대통령실 인사를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의협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방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2025학년도 의대증원을 막지 못했고, 간호법 제정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의협 회장이 탄핵된 건 2014년 4월 노환규 전 회장이 대정부 투쟁 및 협상 실패 등을 이유로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탄핵된 이후 두 번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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