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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 스위스에서 자국 전사자 추모 행사 열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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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2 10:17:02 수정 : 2024-11-12 1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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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때 제네바 등 프랑스어권 주민들
자발적으로 프랑스軍 입대해 독일과 싸워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종전 106주년 기념일을 맞아 스위스 제네바 주재 프랑스 영사관에서 1차대전 전사자 명비 제막식이 열렸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 1차대전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에도 참전하지 않고 중립을 고수했다. 그런데도 전사자가 발생한 것은 제네바 일대에서 살던 프랑스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프랑스군에 입대해 싸웠기 때문이다. 다민족·다언어 국가인 스위스는 프랑스어를 쓰는 인구가 독일어 사용 인구 다음으로 많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1차대전 기념비. 프랑스군 소속으로 싸우다가 전사한 스위스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뒤의 건물은 제네바 주재 프랑스 영사관. 스위스인포(Swissinfo) 홈페이지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제막식은 그동안 잊혔다가 새롭게 확인된 스위스 1차대전 전사자 291명의 이름을 새긴 추가 명비가 완성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정부를 대표해 마르크 페라치 산업부 장관이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오래 전에 들어선 기존의 명비에는 1차대전 당시 프랑스군에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스위스인 864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명비를 만들 때 291명의 명단이 누락된 것은 관련 기록이 부족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사자 가운데 스위스에 거주했던 프랑스 국적자, 스위스 국적의 자원입대자, 프랑스·스위스 이중국적자 등 다양한 부류가 혼재돼 있다 보니 빚어진 일로 풀이된다. 2020년 설립된 1차대전 추모 단체는 그간 프랑스를 위한 전투에서 사망했으나 기록에서 사라진 스위스인들을 찾는 작업에 주력해왔다.

 

스위스는 다민족·다언어 국가로 독일어를 쓰는 인구가 62.6%로 가장 많고 이어 프랑스어(22.9%), 이탈리아어(8.2%) 등 순이다. 3면이 프랑스 국토로 둘러싸인 제네바는 스위스 내 프랑스어권 주민들의 구심점과 같은 곳이다. 제네바 도심에서 프랑스·스위스 국경까지의 거리는 채 5㎞도 되지 않는다. 자연히 1차대전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제네바에는 프랑스인 및 프랑스계 스위스인들의 대규모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었다. 1차대전 발발 후 프랑스가 독일군에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이 자발적으로 프랑스군에 입대해 싸운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나폴레옹 전쟁 후 1815년 열린 비엔나 회의 당시 유럽 열강들이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를 보장했다. 그 뒤로 200년 넘게 1차대전, 2차대전 등 어떠한 무력 분쟁에도 휘말리지 않으며 중립 정책을 고수해왔다. 2002년에야 유엔 회원국이 되었으며 유럽연합(EU)에는 아직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스위스는 EU 회원국들과 같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했다.

 

일각에선 스위스의 중립 정책을 시대 착오적인 것으로 폄훼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스웨덴, 핀란드가 한 것처럼 스위스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스위스 국민들은 미국 중심의 나토에 부정적인 의견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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