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험금청구권신탁 경쟁 잰걸음
“제 사망보험금 20억원은 아이가 성인이 된 뒤 절반씩 나눠서 지급해주세요.”
50대 최고경영자(CEO) A(여)씨는 12일 삼성생명을 찾아 보험금청구권신탁을 계약했다. 그는 자신의 사망보험금에 대해 현재 미성년인 자녀가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고, 35세와 40세가 되는 해에 50%씩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해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앞서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만 신탁 자산으로 판매할 수 있었으나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이날부터 보험금도 신탁할 수 있게 됐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며, 수익자가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 계약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피보험자가 사망 전 신탁 계약을 맺으면서 수익자가 받게 될 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을 수익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탁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 규모는 1310조원으로 불어났다. 더불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원에 달한다.
금융사들은 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 첫날인 이날 1호 계약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은행권 최초로 1·2호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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