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외인 자금 대거 이탈
석 달 만에 2500선마저 붕괴
韓증시 시총, 비트코인에 밀려
환율은 2년 만에 1400원 넘어
‘트럼프 랠리’에 한국 자본시장이 소외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속속 미국으로 자산이 이동하면서 가상자산과 미 주식시장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코스피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2500선마저 내준 데 이어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시가총액조차 밀리는 처지에 놓였다. 환율은 강(强)달러 기조에 1400원을 넘어 수입물가 급등을 우려해야 할 형편이다.
코스피는 12일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전일 대비 1.94% 하락한 2482.57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400선은 ‘블랙 먼데이’로 불린 지난 8월5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도 2.51% 하락한 710.52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 랠리에 자극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만 코스피 주식을 2305억원 순매도하면서 지난 8일 이후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 후 이날까지 3.16%, 4.41% 각각 하락했다. 이제 코스피 시총(2024조원)과 코스닥 시총(353조원)은 모두 합쳐도 비트코인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등 5대 가상자산 원화거래소의 이날 오후 5시 기준 일일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28조8438억원으로 코스피(12조3698억원), 코스닥(7조2807억원) 거래대금을 뛰어넘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등 에서 USDC, FDUSD 기준 이날 오후 3시47분 9만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는 8만9956달러를 찍었다. 이로써 지난 6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비트코인 시총은 이날 오후 3시40분 기준 1조7700억달러(2487조원)로 올라 전 세계 자산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1조8070억달러)에 이은 8위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트럼프발(發) 수혜 자산으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기간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석유나 금처럼 전략보유고로 삼겠다고 공약하면서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규제에 적극적이었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장도 취임 직후 교체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가상자산의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미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원 ·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주간 거래 종가(1394.85원)보다 8.65원 오른 1403.5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1400원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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