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변동성…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00원을 돌파했다. 내년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에 강달러 기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7일(현지시간) 금리를 추가 인하했지만, 고공행진 중인 환율 탓에 28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1394.85원)보다 8.65원 오른 1403.5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99.1원으로 개장한 직후 1400원선을 웃돌았다. 이날 오전 2시 마감한 야간 거래에서도 종가는 1401.0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이 나온 뒤인 지난 7일에는 1404.5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화지수는 대선 직전 103선에서 이날 105선 중반으로 올라섰다.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미국 우선주의 공약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서 수입물가 상승을 비롯해 이민자 감소로 인한 서비스 임금 인상과 제품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앙은행 연준의 금리 인하는 지연될 공산이 커 달러 강세를 야기하는 셈이다.
미 연준은 경기침체 우려에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이어 지난 7일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이런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클레이즈는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여 전망했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앞둔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고 물가도 안정됐지만, 환율이 급등한 만큼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금리 인하를 연속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번까지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단순히 성장만 보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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