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삼촌인 한충원 목사가 조카에 장문의 공개편지를 남겨 화제다. 그는 한강이 제주 4·3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작품 속 성적 묘사 등을 비판적으로 평했다.
대전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한충원 목사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란 제목으로 글을 적었다. 한 목사는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동생이다.
한 목사는 먼저 “사랑하는 조카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연락처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조카와 나의 단절도 예수 그리스도 신앙을 미워하고 배척하신 형님에게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어 “목회자의 사명감으로 이 편지를 공개한다”며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향후 작품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 4·3 사건과 6·25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이고, 5·18은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가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제는 문학 작가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한다. 과거의 상처를 헤집지 말고 양쪽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조카는 마치 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해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 ‘김대중 선생’이 한국에 없었다면 5·18이 일어났을까? 아마 5·18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5·18은 민주화를 염원한 시민의식에서 기인했다고 하지만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5·18은 불의하고 야만적인 정권 탈취자에 대한 의로운 항거였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5·18은 명예 회복이 되고 피해는 보상됐다”고 주장했다.
대표작 ‘채식주의자’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그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외설성, 청소년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형부·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적이고 작품의 극히 일부인 내용이라 해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며 “상황 논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되면 근친상간, 수간, 인육 먹는 행위도 미화될 수 있다. 그것은 타락의 극치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으로 지탄받을 만하다. 청소년에게 절대 읽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 목사는 “내가 지금까지 조카에게 한 말들이 조카의 마음을 아프게 찌를 것을 생각하니 나도 이 편지를 쓰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며 “‘빛을 찾고 싶다’는 조카가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위대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은 14일 현재 페이스북에서만 200회 가까이 공유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댓글창에는 편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300개 이상 달리며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한편 한강은 내달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작가 최초로 수상하게 된다. 그는 우리말 소개를 들으며 시상식 무대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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