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국내외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4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5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도박사이트 돈 거래와 자금세탁을 위해 토스, 카카오페이와 같은 전자결재대행 IT 회사를 차렸는데, 이 회사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인증을 받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도박공간개설 등의 혐의로 도박사이트 운영진 50명을 붙잡아 13명을 구속하고,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진 40대 A씨 등 2명을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려 쫓고 있다. 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람과 도박가담자 등 107명도 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바카라와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2개를 만들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도박사이트에서 확인된 회원만 13만여명. 한 달 평균 900억원, 4년간 4조원의 판돈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단속된 도박사이트 중 최대 규모”라며 “불법도박으로 벌어들인 돈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범죄는 체계적이었다. 경기 부천과 인천 청라, 필리핀 프놈펜, 캄보디아 시아누크 등에 도박사이트 운영 사무실을 뒀는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선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자신들만 썼다. 사무실당 50여명의 직원을 뒀고, 회원모집을 하는 유튜브방송팀·총판팀, 실시간배당팀, 도박자금 충·환전팀, 보안팀 등 업무와 역할을 나눠 범행했다. 유튜브로는 실시간으로 도박장면을 내보내며 회원을 유인했는데, 푸틴·트럼프 등 해외 유명 정치인 등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를 활용해 자신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서울에 전자결재대행 IT회사까지 차렸다. 도박자금 거래가 수사기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자금세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개발자를 영입해 개발한 앱을 통해 가상계좌로 돈을 송금해 전자지갑에 충천하는 방식으로 도박자금을 쓸 수 있게 했다. 이 거래는 식당, 카페 등 정상적인 업체나 개인 간에 송금을 한 것처럼 꾸며졌다. 이렇게 차린 IT회사 3곳 중 한 곳은 2022년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의 혁신성장형 벤처기업인증을 받았고, 대한민국소비자만족대상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어떻게 벤처기업인증과 ISO 인증 등을 받았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론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2억원짜리 오데마피게, 롤렉스 등 명품시계를 사고, 벤츠를 사서 몰았다. 경기 부천에 10억원짜리 건물과 아파트 등을 여러 채 사들이기도 했다. 아파트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나눠준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현금 3억5000만원과 2억원어치 수표, 명품시계 등 10억원 정도를 압수했다. 이들 소유의 부동산과 차량 등 93억원 상당을 팔 수 없도록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의 구체적 범행 수법과 공범 관계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며 “해외 도피 중인 운영진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검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