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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무단횡단’ 합법화한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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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4 23:47:55 수정 : 2024-11-14 23: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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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과 노란 택시(옐로캡)로 유명한 뉴욕은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로 불린다. 자유의 여신상을 포함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 센터를 비롯한 랜드마크가 수두룩하다. ‘세계의 교차로’로 불리는 타임스스퀘어와 브로드웨이, 월스트리트도 유명하다. 워싱턴DC와 별개로 ‘경제 수도’ ‘세계의 수도’로 불리며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미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답게 멜팅팟(용광로)으로 불릴 만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민족 도시이기도 하다. 170여개의 언어가 쓰이고, 뉴욕만의 독특한 생활패턴 때문에 미국 내에선 뉴요커(뉴욕주민)를 미국인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까지 존재한다.

뉴욕에서 무단횡단은 1958년부터 불법이다. 위반 시 250달러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무단횡단은 어느 순간 뉴욕 거리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신호등 앞에 서면 현지인과 외지인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칠 테면 치어라’는 식으로 길을 건너면 백발백중 현지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뉴욕시가 시의회 조례를 통해 내년 2월부터 무단횡단을 합법화했다. 보행권 강화가 명분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인종차별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법안을 주도한 메르세데사 나르시스 시의원은 “무단횡단으로 범칙금이 부과된 시민의 90%가 흑인이나 중남미계”라며 “이 법이 법 집행에서의 인종적 불평등을 종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1년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와 콜로라도주 덴버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주와 버지니아주, 네바다주에서 무단횡단 합법화 조례가 시행됐다. 역시 단속 과정의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의 웃픈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보행권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신호 위반이나 무단횡단은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그런데도 2021년 기준 한국과 일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보행자 사망률 1, 2위를 다투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교통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미국은 앰뷸런스, 일본은 보험회사 직원, 한국은 견인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일 수는 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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