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상 명태균·도이치 2개로 축소
李 대표 사법리스크 돌파용 의구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올 2월 29일과 지난달 4일 재표결 끝에 폐기된 데 이어 세 번째로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이다.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특검악법’으로 규정하고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야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재표결이라는 ‘바보들의 행진’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착잡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대상을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14개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 2개로 축소하고 특검 후보를 제3자 추천으로 지명하도록 한 만큼 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무슨 의혹이라도 제기되면 곧바로 ‘특검 종합세트’에 포함하던 걸 그나마 멈춰 다행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수정안 내용이나 형식을 들여다보면 여당 찬성은 물론이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은 수사와 소추를 행정부 권한으로 둔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에서 벗어난 극히 예외적인 제도다. 관행적으로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은 문재인정부 시절 이성윤(민주당 의원) 당시 중앙지검장이 이끌던 수사팀이 들여다봤고 올해 들어 검찰이 다시 수사해 지난달 불기소처분한 사안이다. 지금은 고발인 측 항고로 서울고검이 재수사 필요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은 창원지검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지 않은가.
제3자 추천 조항도 포장만 그럴싸할 뿐 속내는 야권이 특검을 추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는데, 야당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이 담겨 있다. 이번 수정안이 여당의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꼼수악법’, ‘이간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오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와 25일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있는 이달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김 여사 특검법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당은 여당과 합의 없는 소모적인 특검 추진을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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