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 인사가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약품이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이사회 결의 없이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유통업체인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인 회사인 만큼 한 대표는 형제 측 인사로 볼 수 있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 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 대신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지난 9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2명(신 회장, 임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의 명운을 가를 임시주총을 앞둔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재단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고발부터 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된다”며 “송 회장의 공헌과 헌신을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몰랐을 리 없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도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임종훈 대표 역시 지난 5월 기부금 5억원가량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회장은 이러한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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