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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고기·삼겹살 관세 깎아줘도 비싸진 이유…“수입업자만 배불렸다”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4-11-16 18:00:00 수정 : 2024-11-17 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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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할당관세로 1조7000억원 지원했지만
수입 가격 제자리 또는 더 올라
22→23년 축산물 업체 10곳 1682억원 이익↑”
공정위, 할당관세 품목 조사 미진 지적 나와

“정부가 수입농산물에 대한 세금(할당관세)을 낮췄다고 하는데 어떻게 더 비싸질 수가 있죠?”

 

최근 수년간 민생을 어렵게 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고물가다. 이제 한국의 외식비는 일본, 영국 등 웬만한 고물가 국가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치솟은 상태다. 외식비뿐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도 ‘금배추’, ‘금상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싸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농축산물에 ‘할당 관세’(일정 기간 일부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낮춰주는 제도)를 적용하며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정부 곳간에 들어오는 세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년간 할당관세로 1조7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깎아줬음에도 수입 농축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일부 품목은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업체들이 세금 혜택을 누리고도 그만큼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했음에도 그만큼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냉장쇠고기의 경우 2022년 시중에 판매된 평균 소비자 가격이 4233원(100g)으로, 2021년 2912원에 비해 45%나 뛰어올랐다. 이에 정부가 해당 품목에 할당 관세를 적용해 수입가격을 23% 낮췄지만, 2023년 소비자값은 4362원으로 오히려 3% 올랐다.

 

정부 지원만큼 해외에서 들여온 가격 자체가 낮아졌음에도 시중 판매가가 더 오른 것이다. 그만큼 수입업체에게 수익이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사진=뉴시스

2022년 평균 소비자가격이 1461원(100g)이었던 수입 삼겹살에도 할당 관세가 적용돼 그 해 수입가가 18.4∼20% 떨어졌으나, 2023년 시중 판매가는 1496원으로 2% 올랐다. 수입 삼겹살에는 2023년에도 할당 관세가 적용돼 수입가격이 18∼20% 추가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 다음 해 소비자가격 인하는 3%에 그쳤다.

 

2022년 5656원이었던 수입 닭고기(1kg)는 정부 지원으로 16.7∼21% 수입가가 하락했지만, 2023년 소비자가격은 6096원으로 되레 상승했다. 닭고기도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할당 관세 품목으로 지정돼 수입 가격이 16.7∼21% 추가로 인하됐다. 하지만 2024년 소비자가격 인하는 4%에 불과했다.

 

수입 대파 역시 2022년 소비자가격이 3009원(1kg)이었고, 여기에 할당 관세가 적용돼 수입가가 21% 낮아졌으나, 2023년 소비자가격은 3495원으로 더 올랐다.

 

같은 시기 축산물 수입 유통업체 10곳의 매출 총이익은 2022년 4359억원에서 2023년 6041억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 하반기에 적용한 정부의 할당 관세 혜택이 소비자보다는 수입 유통업체의 주머니 이익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김 의원실은 해석했다.

 

그러면서 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은 ‘세금을 얼마나 깎아주느냐’가 아니라 결국은 ‘국내산 유사 품목의 가격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수입가격에 특정 마진을 붙여 가격을 매기면 수입가가 낮아질수록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수입업체들은 이렇게 하지 않고 국내산 품목의 가격 보다 살짝 내리는 식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파 1kg을 1000원에 들여오더라도 국내산 가격이 3000원이면 2500원에 내놓는 식이다.

한 정육점에서 상인이 돼지고기를 썰고 있다. 뉴시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수입업체들의 담합 여부 등을 조사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거나, 국내산 농축산물 안정을 위해 정부가 우리 농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간 1조7000억원이 넘는 세수를 지원한 정부 정책 영역임에도, 공정위가 그간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대한 부당 공동행위를 적발한 건 2건에 그쳤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의식주·생필품 등 민생 밀접 분야의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특정 농축산물에 대한 담합 행위 조사의 진행 현황이나 향후 계획 등이 공개되면 증거인멸 우려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결국 정부 세수만 축나고 실제 수입가격 인하 혜택은 국민들이 누리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무기뿐 아니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큰데, 정부가 세금만 깎아주지 말고 소비자들이 실제 혜택을 보도록 실제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와 수입업체의 담합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낙농품,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망고, 자몽, 감자, 양파, 대파 등 민감한 품목에 무관세를 매겨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경제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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