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서동재役 … 팬들 응원에 다시 응했죠”

‘좋거나 나쁜 동재’ 주연 이준혁

tvN 인기 드라마 ‘비밀의 숲’ 스핀오프
본편서 조연이었지만 원톱으로 돌아와
내적 갈등 코믹하면서도 실감나게 연기
‘직장인 현실 고증 100%’ 호평 얻기도
“촬영 내내 힘들었지만 너무 감사한 작품”

“사실 (서동재를) 안 하고 싶었어요. 같은 배역을 다시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원체 다양하게 역할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부담이 컸는데, 언젠가 관련해서 기사가 났을 때 팬분들의 좋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하면 해야 하나’ 싶어서 하게 됐죠.”

배우 이준혁이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종영 인터뷰에서 드라마 주인공 서동재 검사 역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주인공 서동재 검사를 연기한 이준혁 배우는 “원래 (드라마 출연을) 안 하려고 했다”며 “팬들이 설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에이스팩토리·티빙 제공

‘좋거나 나쁜 동재’는 2017년과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속편이다. 정확히는 스핀오프(본편에서 이야기를 확장해 따로 나온 작품)다. 본편(비밀의 숲)에서 애증의 캐릭터, 비리 검사이자 피해자이며 조연이었던 검사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스폰 검사라는 과거의 부정이 낙인처럼 찍힌 탓에 앞날이 깜깜한 청주지검 서동재가 재개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 여고생 살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의 본능 사이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이준혁은 선택의 기로나 위기에 놓인 서동재의 내적 갈등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구현해 숱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실 고증 100%의 직장인 삶을 담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비밀의 숲’ 시리즈 팬덤은 물론 서동재 세계관으로 유입된 새로운 시청자까지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살임범에게 납치당하거나 공사장에 위장 취업하는 등 서동재의 고충을 연기한 이준혁은 “거의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에서 묶여서 있는 게 진짜 힘들었다. ‘비밀의 숲2’ 때 납치됐을 때도 많이 힘들었는데 더 힘든 장면이었다”고 털어놨다.

서동재는 ‘비밀의 숲’에서 조연에 불과했지만 이준혁만의 배역 분석으로 시청자의 눈에 들어왔다. 이준혁은 “여러 포지션을 하다 보니까 사실 적게 나오고 많이 버는 게 좋긴 한데. 서동재는 앙상블(주·조연을 돕는 역할을 하는 배우)도 본인이 하고 모든 신(장면)에서 조연이라 굉장히 가성비가 떨어지는 캐릭터였다. 동재는 본인이 다 해야 하니까”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번 ‘좋거나 나쁜 동재’ 출연에도 대해 “‘이걸 어떻게 하냐’ 부담이 컸다”고 말한 이준혁은 “팬들이 설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서동재가 ‘비밀의 숲’에서 주인공도 아닌 데다 캐릭터도 좀 이상하고, ‘얘를 가지고 만든 스핀오프를 누가 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죠. 마니아층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그런데 기사가 나온 다음에 회사에서 기대하는 팬들의 반응을 보여줬어요.”

팬들의 응원도 있었지만, 본편에서 함께한 배두나 배우의 응원도 있었다. 이준혁은 “‘좋거나 나쁜 동재’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보다는, ‘비밀의 숲’ 조승우와 배두나가 잘해놓은 것을 이어가는 것에 부담이 더 컸다”며 “(배)두나 누나에게 전화해서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냥 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렇게 한 번 마음을 정하자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이준혁은 “아이디어 회의를 함께했다. 그렇게 되면서, 재미있더라”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본도 세 번 정도 다시 쓰였다. 이수연 작가님도 뒤늦게 합류했다. 정말 감사하다. (제작진과) 엄청난 전우애가 생겼다. 촬영 과정에서도 엄청 회의하며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런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이준혁은 드라마에 대한 애증을 가득 드러냈다. “찍으면서도 너무 힘드니까 계속 후회했죠. 대사는 많고 묶이고 춥고 설날에도 회의 모여서 하고. 근데 그런 순간이 너무 많았던 만큼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말도 안 됐어요. 모두가 이 캐릭터의 팬이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느끼면서 현장에서 정말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이준혁은 쉬지 않고 연기한다. 다음 달 4일 영화 ‘소방관’이 개봉하고, 내년 1월3일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가 방송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에도 특별출연하며,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이 사는 남자’ 촬영도 앞두고 있다.

“저는 영상 매체를 반할 수밖에 없던 세대에서 자랐고, 저에게 영화랑 드라마는 너무 반할 수밖에 없어요. 일이라는 건 누구나 고통스럽지만, (연기는)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그게 저의 원동력입니다.”

이복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