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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뒤집을 美래권력… G20 기후·무역기조 흔든 트럼피즘 [리우 G20 정상회의]

입력 : 2024-11-19 18:29:58 수정 : 2024-11-19 23: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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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정상들 긴장감 역력
진짜 의제는 ‘돌아온 트럼프’

美 우선주의·기후대응 반대 영향
신규 기후재원 확보 합의에 실패
부유세 논의도 원론적 수준 그쳐

공동성명에 “다자무역 보장” 강조
美 보호주의 강화 예고 경계 표출

시진핑은 ‘일방적 개방’ 확대 약속
英·濠 정상 등 만나 우군확보 나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인공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외교 고립주의, 고강도 관세 부과를 통한 글로벌 무역 전쟁, 기후변화 대응 반대를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의 국제무대 복귀를 앞두고 G20에 ‘트럼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는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가 주요 의제였으나, 실제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진짜 의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복귀하면 ‘모두 다 뒤집을 수 있다’는 회의감은 물론이고, G20이 지향해온 다자주의, 기후변화 대응 등이 대혼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 단체사진 촬영에서 빠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기후 위기는 멈추지 않는다”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빌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실루엣과 함께 ‘기후 위기는 기후 변화 부정론자 앞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Climate crisis won’t stop for a climate denier)’라는 문구가 적힌 화면이 표출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연합뉴스

G20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85개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지만 기후 위기 대응 등의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안 도출에 진통을 겪었다. 개발도상국의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합의에도 실패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기후 위기론을 정면 반박하고 정상 공동선언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브라질 매체 G1 등이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 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왔는데, 기후 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스페인어권 일간 엘파이스와 G1은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마치 트럼프 특사처럼 행동한다는 우려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와 함께 몰아칠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국제사회의 긴장도 역력했다.

사진=AP연합뉴스

G20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비차별적이고 공정하며,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공평하고 지속가능하며 투명한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WTO 규칙에 부합하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은 번영을 보장하고 모두에게 유리한 무역 및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제안으로 논의된 글로벌 부유세 부과 논의 역시 구체적 내용 없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부유층 과세에 대한 반대 기조가 분명한 가운데 밀레이 대통령은 관련 논의 자체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별도 성명을 통해 “빈곤 퇴치를 위한 당국 노력 경주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논의 역시 힘이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G20 정상들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공급망, 거시 금융 안정성, 인플레이션 및 성장과 관련해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부정적인 추가 영향을 강조한다”면서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지원하는 모든 건설적인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과 레바논에서의 전쟁 격화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민간인 보호 강화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20 정상회의가 ‘트럼프 충격파’에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CNN은 “G20이 진행되면서 트럼프는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주요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홍보하고 그의 유산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 세계 지도자들은 바이든을 지나쳐 다음 집무실을 차지한 트럼프를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외교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G20의 진짜 의제는 트럼프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G20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이미 동맹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빠진 것도 모르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제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AAHP) 출범’에 참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줄 왼쪽 네 번째), 의장국인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두 번째) 등 G20 정상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퇴임을 두 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촬영장에 뒤늦게 도착해 단체 사진을 찍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이 없는 브라질에서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일방적 개방’(unilateral opening)을 약속하고 미국 동맹인 영국, 호주 정상들과 만나며 우군 확보에 나섰다. 시 주석이 밝힌 일방적 개방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합의에 기반한 ‘주고받기’를 중시했던 기존 중국의 정책과 결이 다른 용어다.

 

한편 대통령실은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정부가 강조·제안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 인공지능(AI), 건전재정, 플라스틱 저감, 기후위기 등의 4가지 주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박영준 기자, 리우데자네이루=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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