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오늘의 화석상’을 받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상은 기후환경 운동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COP 기간 중에 기후 협상의 진전을 막은 나라 1~3위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스런 상이다.
◆韓, 2년 연속 ‘화석상’,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오늘의 화석상’ 3위로 선정됐고, 올해엔 1위가 됐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화석연료 투자 제한’ 협상에서 우리나라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기후행동의원모임은 20일 비상 긴급 논평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1위를 한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공적금융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고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모임은 특히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지금, 한국 정부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화석연료를 고집하고 있는 행태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선언을 했지만, 공적금융은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은 “한국의 해외 화석연료 금융은 연 13조원(10억달러) 규모(2020~2022년 기준)로, 이는 G20 국가 전체의 화석연료 금융제공액의 4분의 1에 달한다”며 “무려 전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라고 주장했다.
◆“탄소중립 선언하고 화석사업 지원”
이 모임은 아울러 “한국 공적금융의 해외 화석연료 금융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20년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지난 4년간 수출입은행의 화석연료 신규 사업 금융지원액은 총 20조3537억원으로 직전 4년(2017~2020년) 대비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보험공사도 신규 지원액을 늘려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수출입은행이 공개한 지난 4년간의 사업 중 일부(9개)는 향후 25년간 9억20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의 연 온실가스 배출량(6억2000만t)을 훌쩍 넘어서는 배출량”이라고 강조했다.
‘공적금융 화석연료 투자 제한’ 규정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은 전 세계의 기후대응까지 발목을 잡고 늦추고 있다고 이 모임은 주장했다. 협상 중인 OECD의 수출신용협약 개정작업은 당사국 전원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하는데, 정부 반대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영국, 미국, 해외 화석연료 금융제공 1위 국가였던 캐나다도 ‘화석연료 투자 제한’ 규정에 찬성하고 있다.
이 모임은 “해당 규정은 투자 전면 중단이 아닌 공적금융을 제공하는 자가 사업이 파리협정 목표에 저촉되지 않는지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반대는 파리협정 이행 책임을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금융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책무조차 저버리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尹정부, 화석연료 산업 지원 확대”
이 모임은 “전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산업과 배터리·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하며 신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 전환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정부의 대응이 향후 백 년간 한국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의 OECD 협상(안) 반대는 공적금융을 화석연료 산업의 마지막 보루로서 끝까지 비호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면서 “공적금융의 투자 차이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모두 신규 화석연료 산업에 재생에너지보다 2~3배에 달하는 금융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윤석열정부 들어 더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전 세계 기후대응에 역행해 미래 경쟁력까지 구렁텅이에 몰아놓고 있는 정부의 OECD 투자 제한 협상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적극적으로 기후대응과 신산업 육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해당 모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박지혜, 한정애, 김정호, 김성환, 위성곤, 민형배, 김영배, 김원이, 허영, 염태영, 박정현, 임미애, 차지호, 백승아 의원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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