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 지적을 받은 대전시 공무원 단체근무복 제작이 잠정 중단됐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 대전시 공무원 단체근무복 제작비 5억6000만원이 반영되지 않았다. 긴축 재정 기조에 따라 신규사업 보류에 따른 것이다. 주무부서에서 올린 예산은 시 예산담당관실에서 전액 잘렸다. 시는 내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제작비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대전시는 업무 효율성과 직원 복지 차원에서 내년부터 공무원 근무복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15년 만에 근무복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민선 4기였던 2007년 10월 초록색 근무복을 지급했다. 당시 2억2630만원의 예산을 들여 초록색 점퍼식 근무복을 제작, 시 본청 직원과 직속기관, 사업소 등 2100명에 배포했으나 2010년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수억원의 혈세를 들여 3년짜리 근무복을 만든 셈이다.
혈세 낭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세수 부족과 교부세 결손으로 인해 심화하는 재정난에 근무복 제작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대전시는 올해 교부세로 1조568억원을 받았으나 내년엔 300억원 준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시는 지난달 춘추복으로 지급할 단체근무복 4종 디자인을 확정했다. 내년 초 제작 후 대전시 본청과 시 사업소 공무원 2700여명에게 한벌씩 무료로 지급할 계획이었다. 앞서 시는 올 초 5000만원을 들여 디자인 개발을 마치고 지난 9월 중순 대전시청 로비에서 디자인을 전시,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시는 야구점퍼형과 얇은 패딩형, 퀼팅재킷형 등 3종에 색을 달리한 6종 디자인을 선보였다. 근무복 가슴과 팔부분엔 대전시 로고와 마스코트인 꿈돌이, 카라부분 대전시 고무와펜이 포인트로 부착된다.
김선광 대전시의원은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디자인이 특정 회사·브랜드 상품과 비슷하다. 5000만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게 맞냐, 참 엉성하다”고 질타했다.
민선 8기에 제작하는 근무복이 2년짜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과거처럼 정권이 바뀌면 근무복을 입는 게 눈치 보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냐”며 “봄과 가을에만 입을 수 있는 근무복이 업무 효율성이 클 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재정 여건을 보면서 제작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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