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변동성이 온난화 크기 조절
당면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
미래 불확실성 최소화 노력해야
전 세계 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는 2024년 1∼9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4도가 높았으며 9개월간의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였다. 참고로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기로 간주하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45도(±0.12도 오차) 높았고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가 관측한 작년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4.98도였다.
WMO의 전망대로 올해가 2023년 기록을 넘어서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된다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목표가 깨지는 첫해가 될 것이다. 사실 올해 여름 엘니뇨가 소멸하고 라니냐가 서서히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2023년의 가장 더웠던 전 지구 평균 기온의 기록을 깨지 못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열대 동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라니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열대 태평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 해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올해가 한 달여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라는 불명예(?)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역사상 가장 더운 해의 기록이 한 해 만에 바뀌는 현상은 전 지구 평균 기온의 온난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빠른 온난화는 매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후 위기 현상을 경험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유럽 스페인 남동부에서는 홍수로 한 달 치의 강수량보다 많은 양이 수 시간 내에 쏟아지면서 최소 150여명 이상의 사상자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 사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 순환(循環) 변화가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기후 과학계에서는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적으로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신 연구 결과들은 인간 활동에 기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함하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가 기여하는 온난화와 지구 기후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대기·해양·지면·식생·빙권 들의 자연적인 상호작용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自然) 변동성이 기여하는 온난화의 상대적인 역할의 이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상대적인 역할의 이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는 온난화의 크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 시기에 북유럽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및 극한 강수 현상의 발생 특성이 어떻게 자연 변동성에 의해 조절되는지 평가하여 그 각각의 영향을 정량화하였다. 그 결과 유럽 기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자연 변동성의 위상(位相)의 차이에 따라 온난화 크기와 극한 강수량 증가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 유발 평균 추정치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에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고배출 이산화탄소 농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동아시아 지면 온도는 2040년대 중반에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2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연 변동성으로 2도 도달 시기가 2038년에서 2051년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동아시아 온난화의 크기가 자연 변동성에 의해 크게 조절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최신 연구 결과들은 기후 리스크 평가 및 적응 계획에서 자연 변동성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막을 내린 미국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서 2024년 올 한 해 전 세계 인구의 50%에 해당하는 42억명이 각국의 지도자 선출을 위한 한 표를 행사하였다. 각국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기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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