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먹튀조장법·경영권 공격” 지적
자본시장법엔 “합리적 기준 땐 긍정적”
일각 기업 손배책임 규정 포함 등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일반 주주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그 대안으로 합병, 물적분할 등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재계는 해당 안에도 손해배상 등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을 우려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등은 21일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한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차동석 LG 사장 등 주요기업 사장단 15명이 참석해 상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호소한다.
앞서 한경협을 포함한 경제8단체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경제8단체는 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로 구성돼 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면 이사가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것이 불가능해 신속한 투자가 저해되고,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이를 악용해 경영권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사들에게 손해배상·배임죄 형사고발 등 소송이 남발될 수 있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 개정에 반대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사례 등을 계기로 합병가액 산정 방식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진 점 등을 고려해 합병이나 물적분할 등 특수한 사례에서만 적용 가능한 ‘핀셋 규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는 “산정 방식이 합리적이라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사실 이미 자산가치·수익가치 등 모든 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있지만, 기업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운다면 재계도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합병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합병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하든 모든 주주를 만족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면 기업은 끝없는 소송전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손해배상책임 규정과 관련해 “아직 논의된 건 없다”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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