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들에게 첼로가 가진 무궁무진한 소리 들려줄 것”
요즘 고음악 매력에 풍덩…“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6곡) 녹음도 도전하고파”
2022년 세계적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경연대회) 결선에서 콩쿠르 역사상 한 번도 연주된 적 없는 폴란드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1913∼1994)의 첼로 협주곡을 선보이며 우승까지 거머쥔 첼리스트 최하영(26)이 내년 한 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펼치는 기회를 갖게 됐다.
2025년 5회째를 맞는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것이다.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겸비하고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추구하는 음악가가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한 기획 프로그램이다. 처음 시작된 2021년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음악감독 김민)와 에스메 콰르텟, 2022년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첼리스트 문태국, 2023년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올해 첼리스트 한재민이 각각 뽑혔다.
상주 음악가 바통을 이어 받게 된 최하영은 내년 4월 30일과 11월 2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직접 기획한 두 차례 공연을 올린다.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하영은 “4월 프로그램은 바로크 시대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꾸미고, 11월엔 유럽에서 함께 활동하는 노르웨이 출신 요아힘 카르와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1843∼1907) 등의 곡을 들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유진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팀장은 최하영을 고른 이유로 “국내외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주고 무대 매너도 큰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실험적이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무대를 준비할지 기대되는 연주자”라고 설명했다.
4월 공연에서는 바흐(1685∼1750)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준결선에서 연주했던 펜데레츠키(1933∼2020, 폴란드)의 지그프리드 팜을 위한 카프리치오 독주 등에 이어 동생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4)와 코다이(1882∼1967, 헝가리)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모차르트(1756∼1791) 이중주를 연주한다. “동생과 오랫동안 같이 지냈고 호흡도 잘 맞아 듀오로 꼭 연주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국내에서 첫 듀오 무대라 기대되고 설렙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4년가량 함께 거주하다 최근 따로 살게 된 두 자매는 올 연말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먼저 한 무대에 선다.
11월 연주회에선 최하영이 요아힘 카르와 호흡을 맞춰 드뷔시(1862∼1918, 프랑스)의 전주곡 제 1권 음유시인과 첼로 소나타, 알프레트 슈니트케(1934∼1998, 러시아)의 첼로 소나타,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 체코)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a단조를 들려준다.
독일에서 태어난 최하영은 어머니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여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하고 7살 때 첼로를 시작했다. 언니(바이올린)까지 세 자매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16살 때 다시 독일로 갔다. 음악 명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베를린 예술대학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는 물론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까지 다니는 등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끝없이 발전하고 싶어서 공부를 계속 할 것”이라며 “현대음악에도 관심이 많지만 최근 고음악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6개월 전 재미로 바로크 첼로와 거트현(양의 창자를 말려 꼬아 만든 현)이 있어서 연주해봤다가 거트현과 바로크활만이 할 수 있는 음색과 아티큘레이션(작은 단위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연주기법)의 매력에 빠져 악기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바흐 (무만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 (녹음)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최하영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스위스 스트라디바리협회에서 빌려준 첼로를 쓰다 올 2월부터 해외 독지가로부터 받은 1707년산 과르네리 첼로를 쓰고 있다. “처음 연주할 때부터 ‘이건 내 목소리다’라고 생각될 만큼 따뜻한 울림부터 강한 소리까지 다양하게 표현되고 크기가 작아 제 체형과도 잘 맞았습니다.”
그는 콩쿠르 우승 후 달라진 점을 묻자 “가장 감사한 건 정말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과 음악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긴 것”이라며 “전 세계 음악가 동료들을 만나 많은 영감을 얻게 된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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