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한민/ 저녁달/ 2만3500원
종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때로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사람들은 종교에 자신을 의탁하며 현세와 내세(죽은 뒤 다시 태어나 산다는 세상)에서의 복을 기원한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사회 안정과 유지 등 여러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모든 문화가 그렇듯 종교도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세속화·권력화하거나 ‘신의 이름’으로 전쟁과 테러, 학살 등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인간은 신을 믿고 종교를 만들었을까. 이 책은 문자가 발생하기도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숭배하는 인간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친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다양한 종교를 다루고 종교의 긍정적·부정적 모습을 동시에 짚는다. 무엇보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가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심성이 종교와 만나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모해 왔는지 풀어내는 대목이 흥미롭다.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종교 현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는지, 집단적 정체성 형성과 문화적 재생산 과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예리하게 분석했다.
예컨대 주요 종교를 믿는 신도가 많은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의 종교 현상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종교 갈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절에서 성탄 법회가 열리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신부님이 축사를 하는 나라다. 1500년 넘는 역사의 불교, 유교 국가였던 조선의 전통이 있으나 딱히 국교라 할 만한 종교가 없다. 종교의 자유도 높은 수준에서 보장되고, 각 교단의 포교도 자유롭다. 무당(점집)도 많다.
책은 한국 기독교(천주교·개신교)와 불교, 무속 등 다양한 종교와 신앙의 문화적 특징을 비롯해 사이비 종교 등 비뚤어진 신앙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독자들이 종교의 사회·문화·정치적 맥락과 그 힘을 이해하고,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깊이 통찰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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