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라오스에서 열린 다자회의를 계기로 중국 측에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를 문제 삼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11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려 했지만 중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9일 동행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최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20일 라오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행한 일”이라며 “이 지역이 진정으로 우리 두 중요한 역내 플레이어, 두 중요한 강대국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그것(회담 불발)은 이 지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지 그것은 그들(중국)이 이 시점에서 선택한 것이고, 왜 좋은 기회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는지는 그들만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달 25일 대만에 19억8800만달러(약 2조8000억원)어치 무기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3기와 관련 설비가 포함됐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튿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미국의 중국 대만 지역 무기 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엄중히 침해하고 중·미 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단호히 반격할 것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한 것이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미 양국 군사 교류에 관해서는 중국의 주관 부문(국방부)을 통해 파악하기를 바란다”며 답하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과 둥 부장은 지난 5월 싱가포르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첫 대면 회담을 연 바 있다. 당시 회담은 오스틴 장관이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전 중국 국방부장을 만난 이후 18개월 만에 열린 미·중 국방장관 대면 접촉으로 관심을 모았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초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 주장) 사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동안 군사 채널을 닫았다가 같은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통 복원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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