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수입차를 몰거나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세금은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들이 과세당국에 무더기로 덜미가 잡혔다.
22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해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고액체납자 696명에 대해 집중 재산추적 조사를 강화한다.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가족 등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81명,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국세청은 재산추적 조사로 지난달까지 2조5000억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수색 과정에서 문을 여는 것을 거부하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욕설을 하는 등 거센 저항을 하는 체납자도 있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우선 국세청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경마·경륜·슬롯머신과 같은 사행성 게임 당첨금이나 해외보험, 고액수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을 적발했다. 부동산분양대행업체 대표 A씨는 부가가치세 등 수억원을 체납한 상태에서 최근 강원랜드 슬롯머신으로 수억 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A씨는 당첨금을 수표로 받은 뒤 일부는 시중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해 은닉하기도 했다.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내지 않은 비뇨기과 의사 B씨는 자녀에게는 현금 수억원을 증여하거나 배우자 명의로 해외 보험사를 통해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수차례 외화로 송금해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이와 같은 체납자들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본인과 가족의 금융조회를 하는 한편 실거주지와 은닉 장소를 수색하고 있다. 고령자 C(92)씨는 본인 소유의 토지를 양도하고도 양도소득세 수십억원을 내지 않았다. C씨 자녀들은 은행 채무를 제외한 양도대금 전액을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하거나 현금 인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닉해 강제 징수를 회피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탐문·잠복 끝에 C씨가 자녀 명의 주택에 실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 주소지 4곳을 합동 수색했다. 그 결과 자택 내 김치통에 숨겨둔 2억원어치 5만원권 현금다발을 비롯해 총 11억원을 징수하고, C씨 자녀와 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고발 조치했다.
이외에도 체납 발생 전 특수관계인과 공모해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체납 발생으로 부동산이 압류되자 가등기를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한 사례도 있다.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 경·공매 시 특수관계인이 국세보다 우선해 배당금을 수령하게 한 체납자도 적발됐다. 고액의 세금은 안 내고 롤스로이스 등 고가 수입차를 리스해 이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리스 차량을 이용한 체납자 399명도 적발됐다. 자녀 유학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고액 외화를 송금하거나, 고가 와인, 미술품을 수집하며 호화롭게 생활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세청은 유튜버, 저작권자, 강사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에 대해 소득자료를 수집해 강제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튜버가 받는 슈퍼챗(시청자 후원금) 등의 지속적인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하고, 가상자산을 친인척 명의로 이전·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는 가상자산 추적프로그램을 활용해 추적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287억원을 압류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는 등 성숙한 납세문화 정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체납자”라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재산 은닉 행위에 신속히 대응해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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