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온라인상에 퍼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활용한 광고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SPC 배스킨라빈스가 걸그룹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의 유행어 ‘럭키비키’를 이용한 제품명으로 논란이 일자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출처가 분명한 유행어의 경우 광고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배스킨라빈스가 지난 8일 출시한 ‘럭키비키모찌’였다. ‘럭키비키’라는 신조어는 장원영이 ‘운이 좋다’를 뜻하는 럭키(lucky)와 자신의 영어 이름인 비키(vicky)를 합쳐 사용한 표현이다. 장원영이 ‘럭키비키’를 언급한 이후 온라인상에서 맞닥뜨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등을 비유하는 유행어로 퍼졌다.
하지만 장원영이 배스킨라빈스 광고 모델도 아닐뿐더러 배스킨라빈스 측에서 장원영에 별도로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배스킨라빈스는 기획 과정에서 사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 절차를 강화하겠다며 사과했다.
‘럭키비키’와 같은 유행어를 광고에 활용해도 될까.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상표법 제34조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서명·예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타인의 승낙을 받지 않으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로 규정하고 있다. 장원영이 ‘럭키비키’를 두고 ‘비키’가 자신의 영어이름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배스킨라빈스가 출시했던 신제품이 상표등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퉈볼 수 있다.
또한 ‘럭키비키’는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사람의 성명·초상·음성 등 개인의 특징을 나타내는 요소들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이다. 이는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인 ‘초상권’과 유사하지만, 영리적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 인격표지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과도 다르다.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지만 당사자가 허락하면 타인이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당사자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어긋나게 타인이 인격표지를 사용하면 이를 철회할 수도 있다.
이름 등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짧은 문구에 대해 창작성을 인정받은 판례도 있다. 2017년 서울의 한 백화점은 상품 판매 공간에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를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인디밴드 활동을 하던 김정민씨가 2009년에 발매한 앨범 ‘1984 청춘집중-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와 동일한 문구였다.
김씨는 저작물 침해라며 해당 백화점을 상대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 2018년 서울중앙지법은 “백화점이 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저작물은 저작자의 어떠한 개성이 창작행위에 나타나 있으면 충분하고 저작자의 개성이 창작행위에 나타나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용어의 선택과 전체 구성의 궁리, 표현방식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원은 “이 사건 문구는 김씨가 발매한 음반의 겉면에 스티커로 부착된 것으로 용어의 선택이나 리듬감, 음절의 길이, 문장의 형태 등에서 독창적인 표현 형식이 포함되기에 창작성이 인정된다”며 “백화점은 이 문구를 김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상품 판매 공간에 저작물을 네온사인 게시물 형태로 사용하는 등 저작권을 침해했으므로 저작권법 제125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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