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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앗아가는 건 막아야"…‘마약검사’가 말하는 프로포폴의 위험성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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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24 08:19:15 수정 : 2024-11-24 1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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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태풍과 홍수로 국민 3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무렵 본 검사는 마약사범 3명을 ‘공소권 없음’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모두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천재지변은 인간이 막을 수 없지만, 마약이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우리가 막을 수 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에서 열린 프로포폴 등 불법투약 전문 의료기관 적발 브리핑에서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 수사한 결과 A의원 관계자 8명, 프로포폴 중독자 24명 등 총 32명을 입건해 전직 의사 서모(64)씨 등 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김보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돈만 내면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무한대로 투약해주는 한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부장검사가 이 사건과 유사한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사건’을 수사할 때 범행에 가담한 의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영장을 재청구한 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한 말이기도 하다.

 

김 부장검사는 국내 마약 범죄 수사의 핵심 부서인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 대검 마약과장 등을 거치며 마약 수사를 전문으로 해온 ‘마약검사’다. 수많은 마약범죄를 수사해온 그는 “마약 중독자를 양산하는 게 국가적으로 얼마나 비참하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하는 경우도 외에도 마약에 중독된 후 마약 투약비를 마련하기 위해 낸 빚이 감당이 안돼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마약에 취해 실족사하는 등 인명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마약 투약은 이른바 롤스로이스남 약물 운전 사건, 람보르기니남 흉기 협박 사건처럼 음주운전, 폭행 등 2차 범행으로도 이어진다.

 

◆프로포폴로 72명 사망…“통계 외 피해도”

 

최근에는 롤스로이스남·람보르기니남 사건의 원인이 된 ‘의료용 마약류 투약’ 사건이 빈발해지고 있다. 의료인의 마약범죄는 2017년 42명에서 2018년 98명, 2019년 130명, 2020년 222명, 2021년 156명, 2022년 165명, 지난해 313명으로 늘었다. 2017년 대비 지난해 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1~9월만 312명이 적발돼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은 수술용 전신마취, 인공호흡 중환자 진정 등에 쓰이는 정맥주사제다. 마취 효능을 위한 ‘적정 투약량’과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치사량’의 차이가 매우 적어 위험하다. 의존성이 높아 중독자들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약하면서 호흡곤란이나 심정지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의 부검 내역 중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자는 72명이고, 2020년~2024년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14명이다. 김 부장검사는 “약물 투약 후 떨어져 죽는 실족사 등은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우리나라는 사실 (의료용 마약으로 인한 사망) 통계가 잘 안잡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에서 열린 프로포폴 등 불법투약 전문 의료기관 적발 브리핑에서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 수사한 결과 A의원 관계자 8명, 프로포폴 중독자 24명 등 총 32명을 입건해 전직 의사 서모(64)씨 등 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한 병원 수사에 8명 투입…5개월 걸려

 

의료용 마약범죄는 병원에서 의료 목적을 가장한 채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영수 사무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식약처는 의사와 약사로부터 의료용 마약류의 투약 내역을 보고받는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NIMS)을 운영하고 있지만, 보고되는 정보로는 환자가 병원을 실제로 방문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검사 1명과 마약수사관 8명, 식약처 직원 1명으로 구성된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설치했다. 이 수사팀은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식약처가 가지고 있는 NIMS의 정보와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는 범죄 인력 정보, 수사 노하우를 결합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 수사했다.

 

병·의원별 처방내역과 해당 병·의원 처방 환자에 대한 개인별 처방내역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오·남용 의료기관과 상습 투약자들을 선별한 수사팀은 프로포폴 불법투약 전문 의료기관인 A의원을 적발했다. A의원은 1시간 투약대금으로 100만원씩 받으며 돈만 내면 무한대로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에선 또 다른 프로포폴 오·남용 의료기관 출신의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 2명이 중독자들을 관리하고, 폭력조직 ‘당진식구파’ 조직원 김모(38)씨가 자금관리책으로 상주하는 등 조직적인 범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 부장검사는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 2명은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유명하던 B, C 의원에서 배워서 A의원에서 범행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의사, 사무장, 상담실장, 총책 등 A의원 관계자 6명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417회에 걸쳐 총 14억6000억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중독자 25명(1명 구속기소)을 해당 의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의료용 마약범죄 수사에는 방대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돼 현재 수사팀 인력으로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한다. 김 부장검사는 “B, C의원 같은 병원도 엄청 많은데, 수사인력이 부족해 (수사에) 한계가 있다”며 “수사팀 8명이 투입돼 병원 하나 수사하는 데도 5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수사를 위해선 현장 출장이나 잠복근무, 압수수색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수사사례 DB화…불법유통 적극 단속

 

수사팀은 계속해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을 적극 단속할 계획이다. 김 부장검사는 “의료용 마약류의 종류별 오·남용 형태, 유통시장 특성, 수사사례 및 연구결과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 중이며, 대규모 증거분석용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또 이른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해야 한다고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에토미데이트는 2020년 10월 식약처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NIMS를 통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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