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방학에 본국 가는 유학생에 "트럼프 취임 전 재입국" 권고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이민자들이 크게 불안해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불법 이민자를 범죄와 실업률, 집값 상승 등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고서 당선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대규모로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했거나 합법적으로 체류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이민자들은 서둘러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고 있다.
망명을 허가받을 가능성이 작아도 일단 신청해 절차가 진행되면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자와 교제 중인 이민자들은 결혼을 서둘러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미 영주권이 있는 이민자들은 최대한 빨리 시민권을 받으려고 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세르히오 테란씨는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돼 지난 7월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이 되자 바로 했다.
그는 "난 빨리하고 싶었다"며 "난 지역사회의 모범 구성원이지만 그린카드(영주권)가 있어도 추방될 수 있다. 난 시민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훨씬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스페인어 라디오와 TV,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에 대한 정보를 연일 소개하고 있다.
이민 변호사와 불법 체류자 지원단체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이민 변호사인 인나 시마코프스키는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고, 영주권이 있어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다. 모두가 겁에 질렸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는 영주권이 있는 약 1천300만명과 허가 없이 입국한 이민자 약 1천13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체류자 추방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트럼프 첫 임기 때 약 150만명을 추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정도를 추방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임기에만 300만명을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1950년대 이후로 한꺼번에 대규모로 추방하려고 한 적은 없으며, 이를 위해 방대한 구금 시설을 구축하지는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2기 '국경 차르'에 내정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행정부가 범죄자와 추방 명령이 이미 내려진 이민자들을 우선으로 추방하겠지만, 불법 체류자들을 찾기 위해 직장 불시 단속 등 다른 수단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민자들도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
DACA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DACA 제도를 없애려고 했으며, 현재 공화당이 정부를 장악한 주(州)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대학들은 유학생과 불법 체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다수 대학은 학생들이 DACA를 통해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와 웨슬리언대 등 몇몇 대학은 외국 학생과 교사, 직원에게 겨울방학에 본국을 방문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귀국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에 취임하자마자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항에서 혼돈이 일어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웨슬리언대는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취임 전에 미국에 와있는 게 "미국 재입국이 힘들어지는 것을 피할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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