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행정처분은 문서로 해야"
"의견 제출 기회 미제공도 위법"
학교가 e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학생의 재취학 취소 통지를 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3부(부장판사 김은구)는 중학생 A군 등이 B중학교장을 상대로 낸 재취학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군은 지난 2022년 천안시 소재 B중학교에 재학 중 출석일수 미달로 유예 처리됐다가 지난해 1월 친누나가 세대주였던 주소로 전입했다.
이후 A군의 어머니도 해당 주소지로 전입한 뒤 B중학교에 재취학하겠다고 신청했다. B중학교는 A군 등에 대한 면담을 진행한 뒤 재취학을 허가했다.
개학 후인 2023년 3월 7일 B중학교 교사 2명이 A군의 전입 주소지를 방문해 실제로 이들이 거주하는지 조사했다. 이튿날 A군이 해당 주소에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 측은 'e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A군의 재취학 취소를 통지했다. e알리미는 학교 측 공지사항을 알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A군 측은 이 같은 통지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A군의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e알리미 서비스' 이용에 동의해 이 사건 통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A군의 학적을 변동시키는 행정행위는 보통의 행정처분과 마찬가지로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e알리미 서비스' 통지는 이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은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문서로 해야하는 데 피고는 문서가 아니라 전자적 형식으로 이 사건 통지를 했다"며 "원고가 'e알리미 서비스' 이용을 위해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에 동의한 문서에는 개인정보 제공 목적이 '학교 공지사항, 가전통신문, 긴급사항 신속 전달'로 기재돼 있고 자녀가 학교의 학생으로서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정보나 안내를 받는 정도를 넘어 학적 자체에 관한 처분 문서를 전자적으로 받는 데까지 동의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이 사건 통지를 하면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의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 제공, 불복 등에 관한 고지를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통지 이후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했다고 보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군과 같이 원고에 이름을 올린 부모의 소는 각하 처분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은 처분이 취소됨으로 인해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얻게 되는 사람만 제기할 수 있다"며 "부모는 법정대리인으로 간접적·사실적 영향만 받아 이들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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