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여성들(성지연, 북인더갭, 1만8000원)=자기 삶을 개척한 20명의 실존 여성과 8명의 소설 속 여성의 치열했던 삶을 다뤘다. ‘시대에 맞선 여성들’에선 잔 다르크와 앙겔라 메르켈, 나혜석 등 남성 중심의 권위적 사회에 맞선 여성들을 소개했다. 베티 프리단과 수전 팔루디, 리베카 솔닛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삶도 들여다봤다. ‘정신을 빛낸 여성들’에선 마리 퀴리와 제인 구달 등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학문·예술 분야 등에서 빛나는 성과를 낸 여성들을 소개한다.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아네 슈퇴거와 마르가리타 피사레크의 빛나는 종교적 헌신도 만날 수 있다. 주체적 태도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랑한 여성들’ 챕터에선 빨간머리 앤과 제인 에어 등 소설 속의 여성상을과 안네 프랑크를 다뤘다.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록산 게이, 최리외 옮김, 문학동네, 2만2000원)=“모두가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던 ‘좋았던 옛 시절’의 담론장을 그리워하며 오늘날을 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여성이나 유색인이나 성소수자나 주변부에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나는 잘 모르겠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수필가인 록산 게이가 지난 10년간 쓴 칼럼 66편을 모았다. 삶의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회고록 ‘헝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의 글은 전투적이며 여전히 맹렬하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일란 파페, 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3만3000원)=자국의 만행을 감추려는 이스라엘의 주류 역사관에 반대하며 198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이스라엘의 대표적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대표작이다. 2017년 ‘팔레스타인 비극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국내에 화제를 일으킨 이 책이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붙여 재출간됐다.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을 ‘종족 청소’라는 시각으로 파헤친 역사서다. 파페가 조사한 역사 사료에 따르면 1948년 3월부터 이스라엘 건국 세력인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본격적으로 추방했다. 추방이 일단락되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은 8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러한 사실을 왜곡한다. 이스라엘 건국을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미화한다. 강제 추방은 없었고, 아랍의 침략에 맞선 이스라엘의 ‘독립 전쟁’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 파페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기만적인 태도를 역사적 근거를 들어 정면으로 비판한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에밀리 부틀, 이진 옮김, 푸른숲, 1만8000원)=영국의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진 태도 즉, 진정성에 가닿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라는 말한다. 우리는 늘 진실이 지금 현재 이곳이 아니라 미래에, 다른 시공간에 있다고 여긴다. 지금의 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은 현실을 공허하게 만든다. 실재가 허상이 되고, 허상이 실재가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허상은 허상이기에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갈망한다. 무엇을 갈망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는 나와 액정 너머 현실을 사는 나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진정한 자아 혹은 ‘진짜 나’가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처럼 보이는 소셜 미디어와 자본주의의 세계를 헤맨다. 늘 환상을 좇고 있는 셈.
도피 예찬(앙리 라보리, 서희정 옮김, 황소걸음, 1만8000원)=외과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인 저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에 관한 주제를 관통하는 인간의 행동, 인간이 맺는 사회적 관계, 사회구조에 관해 자신의 전공 분야 지식을 때로는 과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시련에 맞닥뜨린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은 투쟁과 억제, 도피뿐이며, 현대사회는 물리적 투쟁을 금지하고 도피를 포기나 회피라는 반사회성의 증거로 여겨 억제를 선택하도록 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투쟁은 파멸을 자초하는 일이고, 억제는 위궤양, 편두통, 요통 등 심리적 원인에 의한 병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도피는 회사에 사표를 내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이혼을 결심하는 등의 물리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상계로 도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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