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차기 체육회장 3연임을 반대하며 단식 투쟁 중인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의 천막을 찾아 ‘이기흥 3선 저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2일 체육계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이 전날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열흘째 단식 중인 박 전 회장을 찾았다. 그는 “건강을 챙겨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단식 기간이 길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잘못된 것을 막으려면 (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박 전 회장의 말에 “맞다”며 “지금 대한체육회는 한 명 때문에 문제”라고 답했다.
지난달 22일 세워진 박 전 회장의 단식 투쟁 텐트에는 ‘반(反) 이기흥 연대’ 인물들이 하나둘 찾아 그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강신욱(68) 단국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5일 가장 먼저 찾았고, 강태선(75) 전 서울시체육회장이 28일, 안상수(78) 전 인천시장이 29일 각각 박 전 회장을 만나 위로했다. 이들은 모두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지난달 27일과 30일에도 각각 진종오(45) 국민의힘 의원과 안민석(58)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문하는 등 전·현직 국회의원의 방문도 이어졌다.
박 전 회장은 현 회장의 독선적인 운영으로 사유화된 체육회를 정상화하고 부도덕·불공정·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데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출마 선언으로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체육회의 정상화를 통해 체육계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단체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회원종목단체 및 사무행정 임직원, 시도체육회, 시군구체육회, 심판, 지도자, 선수 그리고 체육회 노조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전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대한탁구협회장 경험을 살려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의 탁구협회장직 임기는 올해까지였는데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9월 사퇴했다. 유 전 회장은 “IOC 선수위원과 경기 단체장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에 기여하고 싶다”며 “체육인들과 함께 건강하고 존경받는 대한체육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이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정지 통보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문체부가 지난달 11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회장에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튿날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낸 이 회장에 대해 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 중 출근해 업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규정 위반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